brunch

고독한 인간의 숭고

by 이문웅

우리는 끝없이 신을 부른다.

그러나 그 신은

어느 종교의 신전에도,

어느 경전의 문장 속에도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신은

내가 고개를 숙일 때

나의 등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내가 눈물 흘릴 때

그 방울을 닮은 침묵으로 머문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고통마저도 승화시키는 ‘위버멘쉬’를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광기 속에서 신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어머니, 나는 어머니를 모릅니다.

하지만 나를 데려가 주세요.”

그의 마지막 속삭임은

모든 사유를 넘어선 인간의 가장 깊은 바닥,

고독과 회귀의 울림이었다.


결국 인간은,

신을 부정하며

더 나은 인간이 되길 꿈꾸지만,

그 길의 마지막 어귀에서

자신의 나약함 앞에 무릎 꿇고

신을 다시 부른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고독 속에서 피어난 숭고다.


철학은 질문한다.

신은 인간이 만든 관념인가?

아니면 인간이 가장 필요할 때

어디선가 조용히 다가오는 실체인가?


종교는 답하려 한다.

신은 사랑이고,

신은 정의이고,

신은 구원이라.


하지만 신은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고독할 때,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상처 속에 혼자 마주 선

그 침묵의 공간에

먼저 와 있는 무엇이다.


고독은 인간을 부수기도 하고,

인간을 창조하기도 한다.

그 고독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마침내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품는 손을 내민다.


그때,

신은 생긴다.

그 손끝에서,

그 염려에서,

그 눈물에서.


신은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고독한 인간의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숭고의 빛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강호박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