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특허 사전평가를 신청하던 날,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두 잔 마시게 된 날, 나는 몆 년에 한 번 꼭 치르는 장염이 뱀처럼 소리소문 없이 찾아와 자리를 잡았길래 어제 뱀 퇴치 전문은 아니지만 이비인후과라고 써놓고 내과도 보길래 아니 그냥 그 퇴치사가 항상 맘에 들어서 아침 일찍 온몸을 비누로 싹싹 씩고 문을 나섰다.
썬그라스로 들어오는 여름의 태양은 마치 지구의 최후를 예언하듯 자비는 없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 중국의 태양광 발전 그리고 상하이의 끝없는 네온사인이 떠오르며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은 어디까지일지 한숨이 나오게 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지하 주차장과 연결이 되어 바깥으로 쉽게 나가는 구조이기에 난 1층보다는 B1을 누르고 내려간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안쓰럽다. 2층엔 노인 돌봄 시설이 있어서 아침이면 항상 2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그런데 항상 사람은 없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직원들이 신속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양쪽의 엘리베이터를 다 누른다는 생각이 항상 열리는 이 사태의 짜증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날은 한 무리의 노인들과 직원들이 탔다. 순간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결국 쳐다 본건 천장이었고 썬그라스 탓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고 자위를 하곤 함께 지하 1층에서 내렸고 다시 또 한 무리가 올라 타려고 하길래 나는 무의식적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체 한참을 서있었다. 아주 어색한 뻘쭘함으로.
하루가 지나고 배에서 뱀이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속이 편안해지기 시작하며 온몸이 뻐근함을 느낀다. 늙어간다는 것의 아주 자연스런운 증거는 일어날 때 나타난다. 힘껏 힘을 주며 일어나는 모양은 어릴쩍 할머니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매일 생각하는 것이 "구나"가 되는 것이 노인인 것같다. 그랬구나, 그 때 그랬었구나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은 많아지고 잡념이 떨쳐지질 않는 그런 시기의 인생.
장염을 앓고 문득 결심한다.
나는 하루를 매일 "겠다"고 시작해야겠다고.
나의 하고 싶은 의지를 더 자유롭게 표현하며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자유를 만끽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