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수록 더 강하게

by 이문웅

인간은 실패를 경험할 때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인다. 하나는 기존의 방향을 의심하고 수정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동일한 방향을 유지한 채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전자는 학습의 경로이고, 후자는 집착의 경로다. 이론적으로 인간은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 실패는 오류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선택은 후자다. 특히 정치와 이념의 영역에서는 실패가 수정의 계기가 되기보다 오히려 강화의 근거로 전환되는 경우가 훨씬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 현상은 단순한 판단 착오나 비이성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인지 구조와 권력의 작동 방식이 결합된 결과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극도의 저항을 보인다. 특히 그 믿음이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도덕적 확신이나 정체성과 결합되어 있을 경우,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곧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 이때 인간은 현실을 수정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을 바꾼다. 실패는 이념의 오류가 아니라 실행의 부족으로 재정의된다.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충분히 밀어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재해석은 단순한 자기 위안이 아니라 매우 강력한 자기보존 메커니즘이다. 개인의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집단과 체제의 수준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특정 이념을 중심으로 권력을 획득한 정치 집단은 그 이념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곧 권력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때 선택은 명확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실패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그리고 그 재정의는 항상 동일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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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는 평등이라는 개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평등은 단순한 정책 목표가 아니라 도덕적 정당성을 내포한 개념이다. 누구도 공개적으로 불평등을 옹호하기 어렵고, 누구나 공정한 대우를 원한다. 이 때문에 평등은 정치적 언어로서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러나 바로 그 도덕적 정당성 때문에, 평등은 실패했을 때 가장 위험한 형태로 변질된다.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도, 그 목표 자체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는 항상 실행의 부족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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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打誤 저서 : 동아시아오딧세이, 행복의 공식, 대한민국 건국영웅들, 네오젠, 네오젠시티, 네오갱, 사미예찬, 트레 뻬르소네, 라이프캡슐 예명 : 이타오 AI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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