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어느 날 와이프가 오늘 장날이라며 같이 구경 가자고 약국에 찾아왔다. 여기는 매달 1일과 6일에 장이 선다. 시골 장날에는 손님들이 장 보신 물건들을 맡기시기도 하고, 약국에 모여 땀도 식히면서 쉬었다 가시기도 하여 북적거리는 날로만 알았지 장에는 한 번도 구경 갈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약국을 마감하고 시골 장터에 구경을 나섰다. 호떡이 먹고 싶다며 총총거리면서 와이프는 앞장섰다. 어랏? 입구부터 낯이 익은 분들이 계신다. 두 분이 항상 같이 오시는 70이 넘으신 부부다.
"앞에 계신 분들 단골분들이셔. 사장님 안녕하세요~ 여기서 장사하시는구나~ 몰랐어요."
사장님은 팔팔한 활어를 잡고 계셨고, 사모님은 꽃게랑, 생선 매대를 정리하고 계셨다.
"아이고 누군가 했더니 약사님이 여기 웬일이세요."
"장에 와이프랑 같이 구경 나왔어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그렇게 장터 초입부터 단골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장 구경에 나섰다.
또 걷다 보니 꽃집에 반가운 얼굴이 계셨다. 사모님과 사장님 부부내외도 약 상담하러 자주 오시는 분들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꽃집 하시는구나. 앞으로 와이프 꽃 좀 자주 사줘야겠어요~"
"지금까지 왜 안 사줬어~ 자주 와요."
그렇게 또 한차례 반갑게 인사를 한다.
" 어~ 어머님 안녕하세요. 붕어빵 한 봉지만 주셔요~"
"아이고 약사님이시네. 붕어빵 여깄어. 이렇게 보니까 몰라보겠네."
이 어머님은 약국 건물을 아침마다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다. 장날에는 붕어빵을 파시고, 아침에는 건물 청소를 해주시고, 저녁에는 파지까지 모으시는 부지런한 분이시다. 항상 웃으면서 인사해 주시는 분이라 더 반가웠다.
나는 와이프에게 자랑스럽게 으스댔다.
"우와~ 나 단골 진짜 많다 그치? "
"와~ 유약사님이랑 같이 못 돌아다니겠네. 다 알아보셔서 ㅎㅎㅎ"
처음으로 나선 낯선 장터였지만, 반갑게 가족처럼 맞아 주시는 손님들이 많이 계셨다. 지금까지 그분들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어디서 오시는지도 모르고 그저 '***님~. 약 나왔습니다.' 만 외쳐댔었다.
이렇게 환자분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하고 물건도 사고하니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좀 더 가까워졌달까?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서 내가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이렇게 시골 약국의 매력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