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쓰리 Nov 18. 2024

예민한 성격

예민한 행동과 예민한 성격은 다르다.

"너 좀 예민한 것 같아" 라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민하다는 말은 마치 '왜 그렇게 너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해?', '왜 그렇게 별 것도 아닌일에 신경질적으로 굴어?' 라는 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사회에서 "예민" 한 사람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예민한 사람이라고 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까탈스러운 취향, 뭐든 맘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과 태도, 틱틱거리는 말투, 그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사회가 생각하는 "예민한 사람"의 스테레오타입이다. 그런데 난 이건 예민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지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예민한 성격을 가졌으니 예민하게 행동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반문한다면, 난 "아니다" 라고 단호히 말 할 수 있다.


예민한 사람은 오히려 본인의 예민함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예민한사람은 상대가 불편해하는 상황을 미리 짐작하여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게 좋은거지', '그냥 내가 참고 말자' 하는 생각을 갖는게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의 평가는 그와 상반될 수 있다. 나 역시도 내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사실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모두들 당황스러워한다.(호탕하고 뒤끝없고 대장부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엔 무던한 사람, 좋은게 좋은거라며 별 일아니라는 듯 넘어가는 사람이 사실은 엄청나게 예민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하는 생각이 보편적이고 다른사람들도 다 자신처럼 생각할거라고 착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민한 성격을 사람들은 어떤 불편한 상황이 생겻을 때 타인도 본인처럼 이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일거라 생각한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의 역치도 낮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굉장히 신경이 많이 쓰이고(가령 유퀴즈에서 게스트가 유재석만 보고 이야기를 할 때 조세호의 기분이 상하진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거나) 사회적 관계에서의 핑퐁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파악한다. 이것은 타고난 성격이기 때문에 좋게만 발현된다면 굉장히 센스있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눈치를 많이보고 속앓이만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예민한성격의 사람들은 본인 자체가 그 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굉장한 스트레스상황으로 여기기 때문에 나로인해 상대방이 그런 감정을 겪는 상황을 절대 만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왜냐하면 내가 문제 상황을 만들면 타인이 나처럼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친구와 음식점에서 각자 음식을 시켰는데 내가 주문한 음식이 잘못나왔다.


보통의 사람들은 음식이 잘못나왔다고 직원에게 말한 뒤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예민한 성격의 사람들은 그냥 "괜찮아~그냥 먹지 뭐~" 하고 잘못 나온 음식을 먹을 확률이 대단히높다. (설령 그 음식이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는 음식일지라도 말이다.)


본인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대체 왜 그러는걸까?


만약 내가 음식이 잘못나왔다고 직원에게 말을 한다면, 직원은 당황하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칠 것이고 나랑 같이 온 친구는 내 음식이 새로 나오는 상황, 아니면 내가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상황을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봐야할 것이고 내 앞뒤에 앉은 손님은 컴플레인을 거는 나를 보며 예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머리에 휘몰아친다.


나의 컴플레인 하나로(그것이 비롯 정당할지라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그 상황에 얽힌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것보단 나 혼자 피해를 감당하는게 낫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사실 겉으로는 무던해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무던해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나 혹시 예민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음 좋겠다. 사람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당신도 어쩌면 몹시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