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아이들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나에게 학교폭력을 하는 아이들에게 나를 무시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예컨데 유명 작가로 성공해서 아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 마음은 대학교 1학년때까지도 계속되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역사 분야에서 학예사라는 대중에게 인정받는 직위를 따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즉 사람들의 인정을 바란 것이었다. 그것에 어떤 대의는 없었다. 1차적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들이 인정하는 중위권 인서울 대학에 갔으니 그 다음 스테이지로 사회적 인정을 얻어 결핍된 내 학창 시절에 대한 보상을 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2020년 3월에 바뀌었다.
2020년 3월 사회적으로 n번방 사건이 터진 후였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었고 그 이상으로 수많은 가해자들이 있었던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수없이 가해자들을 살인자들이라 비판하고 처벌 촉구를 외쳤다. 나는 그때 사람들의 분노를 봄과 동시에 사회의 이중성도 나의 이중성도 같이 보았다. 사람들은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지만 동시에 일본 음란물에 대한 품평은 멈추지 않았다. 불법 음란물의 온상이 되었던 ‘폰허브’라는 음란물 사이트에서 n번방이라는 검색어가 1순위로 올랐고 일본에서 생산되는 av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성찰하지도 않은 채 음란물을 소비하고 품평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나 또한 그때 음란물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전까지 무언가를 본다 무언가를 쓴다라는 행위에 경각심을 갖진 않았었다. 악플을 쓰거나 불법촬영물을 보거나 그걸 보고 품평하지는 않았지만 악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고 음란물을 보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 생각했다. 성범죄는 그저 오프라인에서 여성 상대로 강간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어둠을 직시함으로써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쓰고 누군가가 쓴 것을 비판없이 즐기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흉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악의를 그대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이익을 위해 눈감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뒤로 나는 세상의 악과 나의 내면과 타인의 내면을 보는 것을 시작했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신고하기도 했고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인권현황에 대해 알리는 활동도 했다. 또한 고령화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토론대회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고 피지의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한 대책을 입안해 말라위 장관상을 타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에 대해 영어로 외국 청년들에게 알리는 서포터즈도 했으며 사이버 렉카와 막장 온라인 방송을 신고하고 그것을 연구하여 브런치에 자극의 권력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방송을 비판하기도 했다. 음란물을 끊고 금욕적인 생활을 한 적도 있다. 이 모든 활동을 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세상의 악이 생기는 이유는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의 악은 개인의 악 뿐만 아니라 권력 기제, 자본, 이해관계, 자극의 구조 등 여러 세상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나의 내면은 항상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법구경에 나온 말처럼 선한 것을 쌓으면 인간은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악한 것을 쌓으면 인간은 악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선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이 쌓아온 삶대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사회적 성공을 위해 작가의 길을 달려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존하는 피해자들이 있고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써 돕기 위해 지난 5년간을 살아오면서 삶의 목적이 바뀌었다. 내가 깨달은 것들을 글의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미래의 토양이다. 현재는 썩었을지언정 미래 아이들이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올바른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면 언젠가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올바른 정신을 가지도록 돕는 것 그것이 브런치와 함께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