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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ryewp Aug 11. 2023

위클리피플,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지속 연구로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다

위클리피플 인터뷰,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지속 연구로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낡은 풍속이나 관습, 낡은 문화 등을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변화를 넘어 완벽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있는데, 인류는 끊임없는 혁신 속에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혁신’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다년간 벤처 분야를 연구해온 인물이 있다. 우연히 <불씨>라는 책에서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고,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에 몰두한 윤병섭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IMF를 관통하면서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등을 연구한 끝에 국내 벤처캐피탈 보증역할 1호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경영학전공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가족기업학회 회장으로서 지속 연구를 바탕으로 가족기업 관련 분야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혁신을 무모한 도전이라 본다면 혁신할 수 없다며 ‘도전해야 하는 과제’라 말하는 윤병섭 교수를 만났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이예지 기자


위기가 가져다준 새로운 기회

윤 교수는 2005년 9월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경영학전공 교수로 임용돼 학생벤처창업보육원 책임교수, 교학처장을 거쳐 현재 학교 부설 벤처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대외활동과 평가위원, 학회 활동 등을 수행하여 왔는데, 이와 같은 노력과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장을 수여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한 윤 교수는 특정 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인 H-지수에서 경영학 부문 TOP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97년 8월 28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고, 1997년 10월 1일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해 한보그룹 부도 사태가 외환위기의 발단이 됐고, 정부는 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사실상의 국가부도였고 IMF 지원체제를 활용해 회생을 도모해야 하는 때였습니다. 이때 김대중 정부는 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는 실리콘밸리 벤처 성장 모델을 활용해 IMF 지원체제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결국 벤처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의 길, 혁신의 길, 하이테크 산업이 기술적 우위를 가진다는 인식이 박사논문을 쓸 수 있는 주제 선정에 시의적절한 도움이 됐습니다.”

윤 교수는 그렇게 시작해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 선행연구가 부족했고 스스로 또한 실무적 지식이 부족했다. 그는 손품과 발품을 팔기로 했다. 논문을 쓰기 전 벤처기업에 다니면서 벤처의 실무적 개념을 터득했고,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우며 자료를 수집했다. 문제는 실증분석을 할 수 있는 연구표본 확보였다.

“당시에는 정리된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해외 논문이 분석한 변수를 검토하고 한국증권업협회 도서관에 가서 코스닥시장(2004년 한국증권업협회에서 한국거래소로 운영권 이관)에 최초 공모(IPO)한 벤처기업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계량, 비계량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정리한 자료 중에서 실증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변수의 자료를 코딩해 이 변수를 실증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 Gompers와 Lerner(2001)가 게재한 논문을 참고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친 박사논문 제목이 ‘벤처캐피탈의 보증역할과 벤처기업 최초 공모주의 성과 분석’이고 국내 첫 박사논문입니다.”


윤 교수가 몸담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는 글로벌경영과 AI(인공지능), Big Data, 블록체인 등 정보화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의 이슈를 선점하고 활용하며,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양성 교육기관이다. 특히 벤처경영학 전공은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탈의 전 분야를 다룬다.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과 이의 경영기법, 자금조달 기법(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은행 등 금융기관의 전략적 투자(SI) 펀드) 등을 중심으로 강의와 토론하고 이를 논의한다.

“주로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원생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강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원생 대부분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의 임원 또는 CEO이므로 실무적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빨라 이론 접목이 쉽습니다.”

윤 교수의 지도 아래 논문을 발표한 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논문, 더 나아가 사회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논문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론을 중심으로 실증분석하고 해석하는 논문보다 이론, 실무, 정책 등을 고루 반영하는 논문을 작성하므로 실제 활용이 가능한 시사점 등을 제시할 수 있어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만족도가 높다.

“우리 학교는 원생들의 잠재력을 깨워 논문에 녹이는 지도 과정상의 장점이 있습니다. 학술적 연구 강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세미나, 정책 토론회, 포럼 등의 참여를 당부합니다.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면서 토론 또는 주제 발표도 하여 발표력과 토론력을 기르면서 주제에 관한 최근의 동향을 파악하는 기회를 얻습니다. 제가 본교 부설 벤처경영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벤처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발표, 토론 기회를 넓히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에서 가족기업으로의 연구 확장

지난 수십 년 동안 벤처 분야는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정책적으로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뤄왔다. 최근 코로나19가 진정되자 후유증이 금리, 물가, 환율 등 경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쳐 대외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투자 여력이 감소하는 등 벤처 분야에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극복되면 벤처는 다시 활성화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벤처 분야의 혁신은 전통적 중소기업 또는 혁신하는 중소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사실 중소벤처기업과 전통적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의 두 수레바퀴입니다. 창업 세대가 연로하면서 후속 세대가 원활히 승계 바통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를 학문적으로 보강해야 합니다.”

윤 교수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가족기업’에 대한 이슈다. 우리 사회와 가족기업이 서로 소통해 가족기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과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염원이다.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나야 가족기업이 특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장수기업의 토대를 놓을 수 있습니다. 상속세의 논의보다 더 시급한 것이 가족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입니다. 장수기업이 많은 일본의 사례, 유럽의 사례를 연구하여, 가족기업이 혁신하는 마인드를 벤처기업 혁신 정신으로부터 벤치마킹하는 방법 등을 논의하고 접목할 생각입니다. 서로 다른 종(種)의 생물이 생리적·행동적으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가족기업이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를 유지해 장수기업이 되는 길을 학문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윤 교수는 학교를 떠난 후에도 소규모 그룹 형태의 연구모임을 형성해 가족기업의 인식 전환 관련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건이 되면 그동안 가족기업의 인식 전환 관련 기고문, 논문 등을 모아 정리해보고 일본 교수와 교류를 통해 인식 전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고도 전했다.

“젊은이의 용기, 중견인의 노력, 어르신의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 그 중심축이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미래 서비스업, 제조업 각각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함을 알고 이해하되 다수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제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제조업의 비전을 되새겨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합니다.”

스스로를 혁신하라

윤 교수는 냉철하지만 부드럽고, 철두철미하지만 따뜻한 연구자이자, 교육자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갈 미래의 청년전문가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세상에 대한 기대를 하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고도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먼저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팍팍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던 자기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이다.

“청년들은 청년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의존성을 길러야 합니다. 상부상조하는 마음을 길러야 하지요. 다음으로, 불의한 세상에서 공정하지 못한 삶을 산다고 불평불만 하면 자기 안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함께한다는 믿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공감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성취, 작은 소망의 달성에도 즐거워하고 만족하며 감사하길 바랍니다.”

스스로를 혁신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도 쉬운 방법이다. 미래에는 혁신해 바꾸지 않으면 소망을 성취하기 힘들다는 스승의 가르침이 울림으로 다가왔던 윤병섭 교수는 지금도 자기를 혁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

“도몬 후휴지(童門冬二)가 쓴 것을 1993년 신한종합연구소가 번역한 <불씨>라는 책은 개혁을 화두로 삼은 경제소설이지요. 일본의 파탄 직전 요네자와 지방에서 열일곱 살의 젊은 지도자 요잔이 개혁의 불씨를 지펴 부패, 타성, 권위, 개혁 불감증을 거두고 이 지방을 살려낸 개혁 성공 실화 소설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을 거듭한 끝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나 자신이 먼저 혁신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직장을 구했습니다. 뒤집으니 앞이 보이더군요.”

만약에, 윤 교수가 그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지금의 모습이 있을까. 혁신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작은 가게나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교에서 박사과정생을 지도한다는 보람은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라는 말 그대로다. 끝으로, 윤 교수가 전하는 당부로 글을 마친다.

“우리는 받은 사명에 대해 무거워서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하여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우리에게 사명을 맡기셨음에 감사하며 온 힘과 정성을 다해 맡은 사명에 최선을 다하고, 또한 받은 은사를 잘 활용하여 많은 열매를 거두어야 합니다.” 사진제공_윤병섭 교수

profile
윤병섭 교수는 130여 편의 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인 H-지수에서 경영학 부문 TOP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신문 오피니언 등에 100여 편을 기고해 가족기업 등 기업의 현실적 정부정책을 지원했다. 現 가족기업학회 회장이며,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학교에 부임하면서 서울산업진흥원 벤처창업스쿨 담임교수를 시작으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평가, 교육, 자문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행정자치부 주관 정부혁신관리평가단, 기획재정부 주관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 복권위원회 복권기금사업평가위원, 사행사업통합감독위원회 운영위원, 행정자치부 주관 책임운영기관 평가위원 등을 경험했다. 한국전력학원(수도공업고등학교) 개방이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학회에서는 많은 활동을 했다.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대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벤처창업학회 초대편집위원장, 글로벌경영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재무관리학회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한국기업경영학회 벽소 구자관 학술상, 대한경영학회 최우수논문상, 한국벤처창업학회 우수논문상, 국무총리 표창장 등을 수상했다.


#위클리피플 #윤병섭 교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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