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유서/소피의 세계

모든 것이 명작일 필요는 없다.

by 김오 작가

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소피의 세계 저자란다.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했다.


책을 구매하는 것에는 단순히 구매를 넘어 내 안에 마음의 통로를 연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보통 어디가 더 싼 지, 포인트를 어떻게 주는지에 관한 생각을 내려놓고, 근 20년을 그냥 끌려서 한 서점에서만 구매를 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물건을 구입하고 나면 상술의 목적으로 값을 깎아주는 대신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친절하게 포인트를 사용하라고 알림이 온다. 그러면 들어가서 그 포인트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책을 주문한다. 정규분포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결측치 정도의 확률로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소피의 세계는 정말 잘 쓴 책이다. 어떻게 한 사람이 저 다양한 지식을 겸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라고 감탄을 넘은 경외심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라면 당연히 사야 한다. 이번 책은 분량이 적다. 200쪽이 채 되지 않고, 글 밥도 적다.


2021년 8월에 1쇄 된 2009년의 이야기. 이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저자의 선명한 기억을 되짚는 것 같은 흐름, 좋다. 2009년 4월 23일과 24일 단 이틀의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서 가족으로 산 삶 전체를 다루고 있다.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200쪽도 안 되는 분량, 글자 수도 많지 않다. 그런데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뻔하고 재미없어진다. 200쪽도 많은 감이 있고, 쳇바퀴 돌 듯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같다. 뭘 말하려는 걸까? 죽음보다 더한 가족에 대한 사랑? 남자의 외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사랑을 통해 죽음을 향한 부드러워진 삶?


밑줄이나 끄적임은 없었다. 뭔가 밋밋했다. 그러다 어쩌려는 걸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바라보는 다른 이의 시선을 통해서야 정체성을 알아가고, 다시 읽게 된다. 꼭 다른 이의 시선도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


**_ _ _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스무 살의 내가 스무 살의 너에게 추천을 부탁하자, 거침없이 추천해줬던 책. 이제야 다 읽었어. 이 책을 담을 나의 그릇은 지금에야 익었나 봐.

한 사람이 쓴 책이 맞나? 싶을 정도의 풍부한 지식과 이해하기 쉽게, 빠져들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환경오염과 파괴 앞에서 많은 이들은 기술 발달이 바로 자연이 우리에게 준 삶의 조건으로부터의 위험한 일탈이라고 생각한다.


소피야, 나이가 똑같은 나무 두 그루가 커다란 정원에서 자라고 있다. 한 나무는 양지바르고 물기와 양분이 많은 땅에 있고, 다른 한 나무는 좋지 않은 땅의 응달에 있다. 둘 중 어떤 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겠니?

물론 성장에 좋은 조건을 가진 나무겠죠

스피노자에 따르면 이 나무는 자유롭다. 그것은 자기의 가능성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과나무라면, 그 나무는 사과나 자두 가운데서 아무것이나 원하는 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직 사과 열매만을 맺을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정치적 상황이 우리의 성장과 인격적 발달을 저해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다른 외적인 강제가 우리를 억압할 수도 있다. 오직 우리가 우리 안의 가능성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우리 역시 내부의 소질과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는 점에서 라인란트의 석기시대 소년이나, 아프리카의 사자나 정원의 사과나무와 다를 바 없다.


바다의 표면이 고요하다고 해서 깊은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힐데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겉에서 움직이는 것은 생각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옳거나 그르다고 여기는지는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옳거나 그른 것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를 결정하는 일이다.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

ps. 그리고 프로이트에 대해 쓴 글이나 프로이트가 쓴 글을 읽어도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통해 간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읽어보면 왜 그의 마력에 사이비 종교에 빠지듯이 홀릭되는 사람들이 많았었는지 이해가 간다.


*****




이전 10화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