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사업 준비하는 독거 총각.

삶은 계란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자.

by 언더독

눈썹 털나고 처음으로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더라도 주변 현상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경향이 늘었다. 수요를 파악해보려는 것이다. 생각보다 파악이 잘 되기는 한다. 이미 재미있는 메모를 많이 해둔 상태이다. 예컨대 '맘 카페에서 남편 바람피우는지 안 피는지 뒤를 밟아 물증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수요가 굉장할 것 같은데?' 하는 것도 있었다. 물론 이걸 하지는 않을 거다. 슬픈 돈은 질 좋은 돈이 아니다.


여하튼 문제는 이것들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에서 계속 막힌다. 왜 자꾸 막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주된 원인은 나에게 권위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보증이 안되어 있으니 날 믿을 수 없다. 고로 세일즈가 안된다. 뭘 믿고 사겠는가. 요즘 세상 너무 무서운 세상이지 않는가.


그만큼 나의 분야에서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실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 대게 그런 요소들은 시간과 에너지가 충실히 들어간 노력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되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출판이 되겠고. 더더욱 정확히 말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도둑놈 심보를 가지고 장사를 급히 할라치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내 소중한 기운만 앗아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 발표까지 2주가 남았다. 제출 마감기한에 다다르기까지는 응모작 완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쓰느라 바빴다. 제출 한 뒤부터 발표날까지 시간이 남게 되었고 그 공백기를 견디기가 꽤 괴롭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아깝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고 싶다.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점심식사 쉬는 시간에 폰 잡고 휴게실에서 글 한편을 쓴다. 오후 4시에 퇴근하면 서점에서 2시간 정도 책 읽는다. 퇴근하자마자 피곤을 벗 삼아 읽는 책이라 늘 독서 시작 15분 이내에 강력한 졸도 타이밍이 오는데 그 위기를 잘 넘기면 각성상태가 와서 더 또렷하게 잘 읽을 수 있다. 졸도하면 내 얼굴이 볼만한지 옆에 앉은 사람들이 뱁새눈을 하고 날 쳐다본다. 그럼 깨닫는다. 아 내가 졸고 있구나. 이젠 변태가 된 건지 그 시선을 즐기기도 하는 것 같다. 독서를 마치면 저녁도 직원식당에서 해결한다. 난 남자고 혼자 산다. 괜히 집에서 뭐 해보겠다고 객기 부리다가 저번에 삶은 계란 전자레인지에 넣고 폭파시켰다. 그냥 주는 거 먹는 게 낫다. 가격도 싸고.

배를 채우고 퇴근길에 오른다. 오후 6시 정도면 집에 와서 씻고 유튜브를 본다. 주로 멘탈 트레이닝, 자영업자 채널, 자기 계발 쪽을 본다. 스트레칭도 한다. 마음이 괴로울 땐 조깅을 가거나 웨이트를 한다. 자정 무렵이 되어가면 글을 더 쓰고플 때도 있다. 오늘처럼 니코니코닌이 빠짝 잘 받은 날에는 하루에 두 편도 쓴다.


이들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글을 올리는 각 종 플랫폼의 구독자들이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본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지식과 기술은 있을지언정 왕도는 없다. 꾸준함과 정직한 노력만이 내 미래의 주춧돌이 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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