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1학년 적응'은
홀로서기부터였습니다

초등 1학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딸에게

by lena
"엄마, 나... 정말 혼자 할 수 있을까?"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11년 동안 지능검사 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많은 아이의 인지 능력을 수치로 분석하고, '유능감'과 '자율성'의 중요성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저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말문이 막혔습니다.

11월생, 또래보다 한 뼘은 작은 내 딸이 초등학교라는 거대한 세상 앞에 서자, 저는 전문가가 아닌 그저 겁 많은 엄마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4살 때부터 할머니처럼 다정하게 아이를 챙겨주시던 돌봄 선생님의 품을 한 번 떠나, 이제 아이는 스스로 도어록을 열고 셔틀버스 시간을 체크해야 하는 '아동'의 세계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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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본 007 작전

입학 후 3주 차, 본격적인 홀로서기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5교시 수업이 끝난 후 영어 학원 차를 타기까지 남는 마의 30분.

아이는 혼자 집으로 돌아와 간식을 먹고, 준비해 둔 약을 챙겨 먹은 뒤 가방을 바꿔 들고 다시 정류장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차 놓치면 끝이야. 데리러 올 사람 없어. 너는 혼자 있어야 해."


일부러 단호하게 겁을 주었지만, 제 속마음은 이미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이 몰래 뒤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전신주 뒤에 숨어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친구와 재잘거리며 걸어오던 아이는 놀이터의 유혹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약속대로 곧장 집으로 향했고, 제가 정해준 시간보다 훨씬 일찍 정류장에 나와 서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차를 놓칠까 봐, 그 조그만 손으로 휴대폰 알람을 확인하며 길게 목을 빼고 노란 버스를 기다리는 뒷모습. 그 불안함 섞인 책임감을 목격했을 때, 저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아이를 믿지 못했던 건 아이의 능력이 아니라, 아이가 영원히 아기일 것이라 단정 지은 엄마의 고정관념이었다는 것을요.


예기치 못한 시련이 준 '성장의 기회'

적응할 때쯤 돌봄 선생님이 다치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저는 이 위기를 아이의 '레벨업'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셔틀에서 내린 아이가 스스로 신호등을 건너 피아노 학원까지 가야 하는 더 큰 미션을 준 것이지요.


단지 내 길이었지만, 신호등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똑바로 서서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는 제 당부를 훈장처럼 가슴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초록불에 발을 내딛는 아이의 모습은, 제가 7살 내내 유아라며 끼고돌던 그 아기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꾸며 매일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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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점", 엄마의 눈물 섞인 반성

가끔 시간이 나서 학교 정문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날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학교 문 앞은 이미 거대한 장벽 같습니다.

아이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 혹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데려가려 줄을 지어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행렬이 빼곡하니까요.


그 견고한 기다림의 틈바구니를 헤집고,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멘 채 홀로 걸어 나오는 조그만 아이를 발견할 때면 제 마음은 속절없이 내려앉았습니다.

'저 무리 속에 엄마가 서 있었다면 우리 아이가 얼마나 환하게 웃었을까', '혼자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는 자책이 가슴을 찔러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지요.

하지만 첫 학부모 상담 날, 담임 선생님이 보여주신 체크리스트 앞에서 저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행복하다' - 만점.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 만점.


학교 문 앞에서 홀로 걸어 나오는 아이를 보며 '미안함'에 목이 메었던 저와 달리, 아이는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그 시간 속에서 충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 오늘 혼자 길 건너는 거 성공했어!"

하교 문 앞의 수많은 엄마 사이를 뚫고 씩씩하게 걸어 나왔던 그 발걸음은, 누군가의 보호가 없어서 외로운 길이 아니라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유능감의 행진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행복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스스로 일궈낸 성취의 증거였습니다.


8살, 아동이 된 모든 아이에게 보내는 응원

아이들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7살 후반부터 조금씩 '아동'으로서의 자리를 내어주면, 아이들은 그 빈자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채워 나가기 시작합니다.

4~5개월 전만 해도 안 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보란 듯이 해내는 아이를 보며, 저는 다시 한번 배웁니다.

가끔 아이는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가 데리러 왔으면 좋겠어"라고 투정 부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해줍니다.

"혼자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렇게 멋지게 해내는 너를 다들 칭찬하고 있어.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이제 미안함은 뒤로 숨기고, 아이가 스스로 일궈낸 성취에 온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내려 합니다.

아이의 유능감은 엄마의 그림자가 닿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시간을 견디고 길을 찾는 그 고독한 순간들 사이에서 비로소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