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순환의 도시

제3장 ― 잠들지 않는 신호

by 운작 박성민

자정이 훌쩍 넘었지만, 교통 제어 센터의 모니터들은 잠들 기색이 없었다.

파란 계기와 초록 선들이 심전도처럼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사이로 붉은 점이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모든 수치는 ‘정상’이었다.

강석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도시는, 어느 순간부터 기계를 속이기 시작했다.

“...또다.”

그의 시선이 한 구간에 고정됐다.

학성공원 앞 사거리에서 무룡터널로 이어지는 축. 그리고 그 축과 얽힌 북쪽 노선.

0.03초.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오차. 하지만 강석은 안다.

이건 ‘한 번’이 아니다.

같은 위치. 같은 간격. 같은 타이밍.

“패턴이네.”

그가 화면을 더 확대했다.

신호 연계 알고리즘은 완벽하게 작동 중이다. 이 시간대라면 흐름은 직선처럼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한 지점만 미묘하게 ‘머뭇’거린다.

의도적으로.

강석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 정도 오차로는 시스템 경고도 뜨지 않는다. 개입 권한도 없다.

정상 범주.

그래서 더 이상하다.

“이대로 쌓이면…”

그는 과거 데이터를 불러왔다.

잔동(殘動).

사라져야 할 진동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

그가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 잔동이 쌓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고 있다.

“세 시간.”

강석이 중얼거렸다.

“세 시간만 유지되면, 첫 버스가 신호를 놓친다.”

한번 놓치면, 그다음은 연쇄다.

뒤차가 밀리고, 교차로가 막히고,

출근 시간.

도시는 그대로 굳는다.

그는 턱을 괴고 화면을 노려봤다.

문제는 규정이었다.

이 정도 오차로는 수동 개입 권한이 없다.

건드리는 순간,

책임은 전부 자신의 몫이 된다.

“…”

침묵.

모니터의 빛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붉은 점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0.03초.

마치 누군가, 일부러 건드리는 것처럼.

강석의 눈이 가늘어졌다.

“누구냐.”

대답은 없다.

하지만 신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잠시 손을 멈췄다.

그리고,

마우스를 다시 쥐었다.

“...한 번만 본다.”

클릭.

그 순간,

다른 구간에서도 같은 ‘잔동’이 동시에 튀어 올랐다.

강석의 눈이 크게 떠졌다.

“... 뭐야, 이거.”

하나가 아니었다.

도시 전체였다.

잠들지 않는 신호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