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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Nov 01. 2024

# 첫눈

소설연재

# 첫눈


 



  겨울의 한가운데,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바람은 차가운 숨결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눈이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듯했다. 눈송이가 그의 얼굴에 닿자, 순간적으로 차가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차가움은 오히려 그의 마음을 깨우는 듯했다. 연우는 손을 뻗어 눈송이를 맞았다. 차가운 눈송이가 그의 손바닥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며 사라졌다. 그 순간, 세상이 정지한 듯,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이렇게 순간이 지나가다니…”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무는 하얀 옷을 입고, 길은 부드러운 눈의 이불로 덮였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이 소리는 마치 겨울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연우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 위에 쌓인 눈은 그들의 고독을 덮어주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작은 눈송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천사가 조용히 춤추며 내려오는 듯했다.

  “와, 정말 아름다워.”


  우연히 연우는 단지 주변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남자아이와 아빠를 발견했다. 아이에게 눈사람의 몸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웃음소리와 함께 눈이 쌓인 공원에서 뛰어다니던 즐거운 기억이 마음속에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때, 멀리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연우는 그 소리를 따라갔고, 아이들이 눈싸움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순간이 진정한 행복이구나.” 


  연우는 공원의 한쪽 구석에 위치한 작은 벤치에 앉았다. 주변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 가운데서 그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눈송이가 얼굴에 떨어질 때마다, 세상의 모든 걱정과 고민이 사라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어.” 

  하얗게 쌓인 눈이 반짝이며 햇빛을 받아 반사되는 모습이 마치 작은 보석처럼 빛났다. 공원의 풍경은 겨울의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발아래의 눈이 사각거리며 그의 발걸음을 맞이했다. 공원은 고요했고, 세상은 마치 하얀 담요에 덮인 듯 평화로웠다. 발걸음을 옮기며 눈을 밟았다. 뽀드득 소리가 나며 깨지는 눈 아래의 차가운 땅이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치 겨울의 침묵을 상징하는 듯했다. 공원의 정적 속에서 그는 자기 생각에 잠겼다. 최근 들어 마음속에 쌓인 고민이 많았다. 직장 생활에 지치고, 관계가 소원했다. 그러나 이렇게 자연 속에 나와 보니, 그 모든 것이 잠시 잊히는 듯했다. 눈 덮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겨울의 고요함을 음미했다.

  조금 더 걸어가자, 공원 한편에 마련된 작은 스케이트 링크가 보였다. 사람들은 얼음 위에서 즐겁게 스케이팅 하고 있었다. 연우는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한쪽에서는 커플이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친구들이 서로를 밀며 장난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풍경을 보며 마음속에 따뜻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스케이트 링크 쪽으로 갔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혼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고, 스케이트를 잘 타지 못하는 모습이 어딘가 귀여워 보였다. 자세히 보니 고등학교 친구 은우였다. 그는 연우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고,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따스하게 느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가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응원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은우는 스케이팅을 마치고 연우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 요즘 어떻게 지내.”

  “덕분에 잘 지내. 만나서 반가워.”

  “겨울은 매년 오지만, 스케이트는 잘 타지 못해.”

  “나도. 모처럼 타니까 많이 넘어지네.”

  그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겨울 이야기, 서로의 일상을. 연우는 그의 대화에서 마음의 짐이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얀 눈송이가 천천히 떨어지며 세상을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순백의 이불이 덮여 있는 듯했다. 연우는 잠시 모든 생각을 잊고 바라보았다. 눈송이는 공중에서 춤추듯 내려오다가, 바닥에 닿는 순간 부드럽게 퍼졌다. 

  “올해도 이렇게 눈이 내리네.” 

  겨울의 차가운 숨결 속에서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연인들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겨울의 기억과 첫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속에 깊은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대화 속에서 잊고 있던 따뜻한 감정을 다시 느꼈다. 눈 내리는 순간 그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시간이 흐르고, 주변은 점점 더 하얗게 변해갔다. 눈이 쌓이면서 세상은 더욱 조용해졌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그들은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로 했다. 둘은 함께 눈을 뭉치고, 당근과 버튼을 이용해 눈사람을 완성했다. 그의 웃음소리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행복을 다시 느꼈다. 서로의 웃음소리가 공원 안에 퍼지며, 마치 겨울의 축제가 열리는 듯했다. 눈사람을 만든 후, 그들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따뜻한 음료를 나누어 마셨다. 찬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음료의 온기는 그들의 마음을 더욱 가까워지게 했다. 잠시 후, 그들은 공원의 정중앙에 있는 큰 나무 아래에 멈춰 섰다. 그 나무는 겨울에도 여전히 힘차게 서 있었고, 눈송이가 마치 보석처럼 빛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의 강인함에 감동하였다. 조금 더 걸어가자, 작은 연못이 눈으로 덮인 채 잔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못가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연인은 손을 맞잡고 따뜻한 음료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그저 이 순간을 느끼고 싶었다. 연우는 연못가로 걸어갔다. 연못 위에는 얇은 얼음이 얼어 있었고, 그 위에 쌓인 눈은 마치 하얀 모자를 쓴 듯했다. 그는 그곳에 앉아,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했다. 눈송이가 연못에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모든 걱정을 잊었다. 눈 내리는 순간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감정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은우와 헤어지고 길을 따라 산책을 계속하던 연우는 공원의 끝자락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안은 아늑한 분위기로 가득했고, 따뜻한 차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그는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허브차 한 잔을 마셨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함은 마음을 감싸주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겨울의 요정이 춤추는 듯했다. 그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눈 내리는 공원, 따뜻한 차의 향기,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그의 마음속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날,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따뜻했던 그 시간은 그의 마음을 다시 살아나게 해주었다.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잊고 있던 소중한 감정을 되찾는 특별한 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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