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마치 내가 쓴 책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 1위를 했다는 소식처럼 느껴졌다. 다음 주에는 작가 사인회가 있을 예정이라고 연락이 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발행한 글이 하나도 없다. 지금쯤 브런치 스토리를 보고 책 출간 관련해서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2025년 10월이 되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평소처럼 웹 서핑을 하던 중,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라는 브런치 스토리 행사를 보게 되었다. 행사 속 작은 코너 한 달간 글쓰기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나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30일 플랜을 발견한다. 그래, 바로 이거다. 작가처럼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 첫 번째 주제인 추억에 대해 나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추억
기억 속 가장 첫 번째 추억에 대해 써 보세요
“아빠가 과일 사 왔다!”
갈색 바나나, 물러터진 복숭아, 곰팡이 핀 딸기.
어린 시절, 아빠가 사 온 과일은 슈퍼마켓 마감 세일 코너에서 데려온 저렴한 과일들이었다. 할인율이 50% 이상 되는 바나나, 복숭아, 딸기가 우리집에 왔다. 과일을 좋아하는 아빠는 아내와 세 딸을 생각하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손에 든 검은 봉지를 달랑달랑하며 행복해하셨다. 신기하게도 곰팡이 핀 딸기의 곰팡이를 제거하고 나면 1/2도 채 되지 않은 반쯤 베어 문 딸기가 된다. 물러터진 복숭아도 먹을 수 있는 양이 많지 않다. 갈색이 된 바나나는 어린 나를 보며 갈색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먹는 것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았던 아빠의 과일들. 엄마는 매번 썩은 과일은 절대 사오지 말라며 잔소리를 했다.
아빠는 어린 시절 풍족하게 살지 못했다.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하고 물로 배를 채우는 날들이 많았다고 했다. 쌀밥에 과일은 기대할 수 없었다. 아마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으리라. 아빠는 결혼을 하고 세 딸을 키우며 맛있는 과일을 사주는 가장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아빠가 마감 세일로 사 온 방울토마토를 먹고 엄마가 배탈이 났다. 배탈은 엄마에 이어 나에게도 찾아왔고 온 가족이 함께 그 고통의 시간들을 깔깔깔 웃으며 견뎠다. 함께였기에 금방 털고 일어났다.
갈색 바나나, 물러터진 복숭아, 곰팡이 핀 딸기는 내 마음에 박힌 작은 가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빠만 보면 노란 바나나, 아삭아삭 복숭아, 새콤달콤 커다란 딸기가 생각난다. "어? 저거 아빠가 좋아하는 건데." 봄이 오면 새콤달콤 딸기, 여름이 되면 아삭아삭 시원한 수박, 가을이 되면 아삭아삭 아오리 사과, 겨울이면 귤. 사계절을 지날 때마다 아빠의 제철 과일이 떠오른다. "어? 아빠가 사 왔던 과일인데."
7월 말, 충주로 1박 2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엄마, 아빠, 세 딸과 사위, 아이들이 한 곳에 모였다. 형부가 사 온 커다란 수박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큰 칼로 슥슥하니 동그란 수박은 세모로 변신을 했다. 한 입 베어 물자 수박의 시원함과 달콤함이 입 안으로 밀려 들어 왔다. 아빠도 한 입 드시더니 맛있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셨다. 수박의 가장자리 흰 부분까지 야무지게 드시는 아빠. 바비큐로 구운 삼겹살도 최고였다고 행복해 하셨다. 아빠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도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들과 함께 행복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아빠가 사왔던 곰팡이 핀 과일들은 지금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아빠의 사랑에는 곰팡이가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아빠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다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갈색 바나나는
아빠의 사랑이었어.
물러터진 복숭아는
아빠의 상처였어.
곰팡이 핀 딸기는
아빠의 가난이었어.
그치만 아빠 딸 그거 먹고도
이렇게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컸잖아?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아,
아빠가 하늘 만큼 땅 만큼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아빠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