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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Jun 22. 2024

파이돈

인문학향기 자기 계발 독서모임 세 번째

크리톤,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이어 이번 인문학 향기 자기 계발 독서모임의 주제는 ‘파이돈’이었다. 목요일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지켜본 애제자 파이돈이 친구 에케크라테스에게 최후의 상황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소크라테스와 주요 대화 질문 상대자들은 제자 심미아스와 케베스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슬퍼하고 애달파하는 제자와 친구들에게 온갖 비유와 논리를 가지고 영혼의 불멸성을 이야기한다.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라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해가 될 듯 말 듯 읽어가는데 중간쯤 여러 비유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당최 책장을 넘기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이해 못 해도 읽다 보니 결론 부분에 도달했고, 거기서는 사랑스러운 제자들에게 할 말을 다했다고 생각한 스승이 독약을 기꺼이 받아 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독약은 몸이 비틀리고 경악스러울 정도로 괴로웠을 텐데 제자 플라톤이 스승의 의연함을 위해 그냥 몸이 굳어지고 바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어떠했을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렇게 표현한 게 왠지 마음이 편안하다. 위대한 철학자가 너무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았다고 하면 슬픔이 오래갔을 것이다. 중간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모임 몇 시간 전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20프로 이해가 될까 말까 하다가 두 번째는 50프로 정도는 살짝 이해가 되었다. 


 


인문학자는 제반의 내용과 뜻을 연구하고 파헤쳐야 하겠지만 나는 인문학 작가로서 내가 느끼고 통찰한 것으로  ‘파이돈’의 내용을 이야기하려 한다. ‘파이돈’을 읽으며 느낀 점은 


철학과 종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 바로 옆에 있으면서 외면하고 있고, 외면하고 싶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근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크라테스는 인류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기원전부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죽음의 문제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한 철학자가 아니었을까 한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철학에 제대로 전념하는 사람들은


 죽는 것과 죽음 이외에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네”

소크라테스


라고 하면서 여기에 대한 변론을 한다. 진정한 지혜와 미덕을 쌓은 사람은 저승에 가서도 훌륭한 주인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리라 믿는데 자신도 그런 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왔기에 죽음을 맞아도 슬퍼하거나 화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덕과 절제 정의를 추구한 사람들의 영혼은 죽어도 다시 인간 종족으로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늑대나 솔개 등으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우리는 대지의 어느 우묵한 분지에 살면서 대지의 표면에 살고 있는 줄 알고, 


대기를 하늘이라 부르며, 대기가 별들이 지나다니는 하늘인 줄 알고 있으니 말일세.”

소크라테스


여기서부터 한동안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지구와 우주에 대한 세계관을 볼 수 있어 재미가 있다. 아직 지동설이 나오기 한참 전의 시대이다. 과학의 발전은 한참 뒤에 이루어졌지만 철학은 ‘축의 시대’로서 인류사에 가장 빛나는 시간이 되었다. 


귀여운 제자들은 스승이 죽는 순간까지도 질문을 퍼부어 댄다. 그런 청년 제자들을 소크라테스는 어디까지나 존중하면서 그들의 질문을 차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은 불멸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영혼을 보살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죽음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는 지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생전에 육체에 여러 가지 쾌락과 감정을 이롭다기보다는 해롭다 여겨, 


멀리하고 배우는 즐거움에 열중함으로써 자신의 영혼을 남에게 빌려온 장식물이 아닌 


절제와 정의, 용기, 자유, 진실 같은 영혼 자체의 장식물로 치장하고 


그리하여 운명이 부르면 언제라도 저승으로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혼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걸세”

소크라테스



이 말을 하고 싶어 어려운 비유와 설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친구 크리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졌으니 갚아달라고 말하고 눈을 감는다. 죽는 순간까지 한 점 부끄럼 없는 깨끗한 영혼으로 살기를 바랐던 소크라테스의 마음에 숙연해진다. 


 ‘파이돈’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린 것뿐이지 사실 거의 플라톤의 철학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의 기술’을 논하고 있다. ‘국가론’은 더더욱 플라톤의 사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대 철학자는 자상하고도 세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정말 감사한 인류의 스승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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