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싸움 소통가'인가요?
제3장.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싸움 소통가'인가요?
♣ "버럭! 했다가 금세 풀어지는 남편" 폭발형
어느 금요일 저녁입니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왔어요.
배가 고픈데 저녁이 아직 안 차려져 있습니다.
남편이 짜증을 냅니다.
"맨날 늦게 차리면 어쩌자는 거야! 미리 준비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목소리가 높아지고 얼굴이 붉어집니다.
아내가 움찔합니다.
"...미안. 오늘 좀 늦었어."
남편이 계속 투덜 댑니다.
"늦은 게 한두 번이야? 맨날 이래!"
10분 후입니다.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에요.
아내가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여보?"
남편이 대답합니다.
"응? 왜?"
아내가 물어봅니다.
"아까 그렇게 화내고... 이제 괜찮은 거야?"
남편이 의아해합니다.
"뭐가? 아, 아까? 내가 좀 예민했네. 미안. 이제 괜찮아."
하지만 아내는 전혀 괜찮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계속 두근거렸고, 머릿속에선 남편의 고함소리가 맴돌았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 장면이 떠올랐죠.
일주일 후, 아내가 말합니다.
"당신은 끝났어도 나는 아직이에요. 당신이 쏟아낸 말들이 내 가슴에 다 박혀 있어요."
남편이 깜짝 놀랍니다.
"나는 그냥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을 뿐인데... 그렇게 상처받았어? 진짜 미안해. 나는 금방 풀렸으니까 당신도 그런 줄 알았어."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순간의 감정 폭발은 말하는 사람은 잊어도 듣는 사람에겐 평생 상처로 남는다'고 경고합니다.
▶ "조목조목 따지는 아내" 확인형
다른 부부의 토요일 오후입니다. 남편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왔어요.
아내가 장바구니를 확인합니다.
"여보... 두부는?"
남편이 당황합니다.
"아, 깜빡했네."
아내가 차분하게 말합니다.
"메모라도 하지, 또 잊었네. 이게 몇 번째야?"
남편이 사과합니다.
"미안해, 지금 사올게."
하지만 아내는 멈추지 않습니다.
"지금 사오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내 말을 무시한다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난주에도 그랬고, 지난달에도 그랬잖아. 나는 당신이 왜 이렇게 사소한 것도 안 지키는지 이해가 안 돼. 이게 내 부탁을 가볍게 여긴다는 증거 아니야?"
남편이 답답해집니다.
"알았어, 미안하다고 했잖아!"
아내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미안하다고만 하면 뭐해? 반복되잖아. 다음에도 또 그럴 거 아니야? 왜 메모를 안 해?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그러자 남편이 벌컥 화를 냅니다.
"그만해! 심문받는 것 같아!"
남편이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관계 치료사 수 존슨(Sue Johnson)은 '논리적 추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관계 단절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 "둘 다 참는 부부" 회피형
또 다른 부부의 저녁 시간입니다. 남편과 아내가 조용히 밥을 먹고 있어요.
대화가 없습니다. 아내가 물어봅니다.
"오늘 뭐 했어?"
남편이 짧게 대답합니다.
"그냥."
아내가 다시 물어봅니다.
"주말에 뭐 할까?"
남편이 대답합니다.
"글쎄."
각자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아내 : '남편이 나한테 관심이 없나 봐...'
남편 : '아내가 나를 귀찮아하나 봐...'
하지만 둘 다 말하지 않습니다.
3개월이 지났습니다. 대학생 딸이 집에 왔어요.
"엄마, 아빠, 우리 부모님 사이 이상한 것 같아요. 대화가 하나도 없잖아요. 혹시 문제 있어요? 상담 한번 받아보는 게 어때요?"
그제서야 두 사람이 깨달았습니다. '우리... 싸우지 않는 게 평화가 아니었구나. 조용한 집은 사실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었던 거구나.'
상담사가 말했습니다.
"회피는 평화가 아니라 방치예요. 조용한 전쟁이 가장 무섭습니다. 둘 다 외롭고 고립되어 가고 있었어요."
가족치료사 버지니아 사티어(Virginia Satir)는 '침묵은 사랑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합니다.
♣ 왜 우리는 다르게 싸울까? 세 가지 유형
첫째, 폭발형 - 감정을 즉시 표출하는 스타일입니다.
화가 나면 참지 못해요. 말부터 앞서고, 표정과 행동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죠.
"왜 맨날 그래!"
"진짜 지긋지긋해!"
"당신이랑은 못 살겠어!"
장점은 빨리 풀리고 뒤끝이 없다는 거예요. 10분 후면 아무렇지도 않게 TV를 보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파괴적인 말을 쏟아낸다는 거예요. 배우자는 이런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폭발에 크게 상처를 입습니다. 폭발한 당사자는 금세 잊어버리지만, 상대에게는 오래 남는 정서적 흉터가 되는 거죠.
한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버럭 화내고 10분 후면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요. 근데 나는 며칠씩 그 말들에 시달려요. '당신은 끝났어도 나는 아직이에요'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깜짝 놀랐어요."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폭발형의 감정 표출은 상대에게 정서적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둘째, 확인형 - 논리적으로 따지는 스타일입니다.
감정보다 '논리'와 '팩트'를 중시해요.
"왜?"
"그러니까 이게 문제야" 하며 조목조목 따지고 분석하죠.
"이게 몇 번째야?"
"왜 자꾸 그래?"
"내 말을 무시한다는 증거야"
장점은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다는 거예요.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마치 '심문'처럼 느껴져요. 지적을 받는 배우자는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감정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허탈감을 느끼죠.
한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조목조목 따지면 숨이 막혀요. '미안해'라고 했는데도 계속 '왜? 왜?'를 반복해요. 나는 공감받고 싶은데 심문받는 느낌이에요."
관계 치료사 수 존슨(Sue Johnson)은 '확인형은 옳고 그름을 따지다 사랑과 관계를 놓친다'고 말합니다.
셋째, 회피형 - 침묵으로 일관하는 스타일입니다.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고 물으면 "그냥"이라 답하거나 대답조차 하지 않아요.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속은 서서히 곪아가는 거죠.
큰 싸움은 없지만 대화도 없어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혼자 속으로 삭여요
서로 외롭고 고립되어 가요
202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서 속으로 삭인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되었어요.
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둘 다 회피형이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부부였죠. 근데 딸이 '엄마 아빠 사이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해서 깨달았어요. 조용한 집은 사실 메말라 있었던 거죠."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침묵은 싸움보다 더 해롭다'고 경고합니다.
▶ "이제는 서로를 이해해요"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결혼 8년 차, 남편은 폭발형, 아내는 회피형이었어요.
남편이 화를 내면 아내는 침묵했고, 아내가 침묵하면 남편은 더 화를 냈어요.
"왜 말을 안 해!“
"..."
어느 날,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상담사가 말했습니다.
"서로의 유형을 이해하세요. 남편은 즉시 표출하고, 아내는 시간이 필요해요. 둘 다 틀리지 않았어요."
그날부터 부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폭발형 남편의 변화
예전 : (즉시 폭발) "왜 맨날 그래!"
이제 : (10초 숨 고르기) "나 지금 화가 나. 10분 후에 얘기할게."
남편이 감정을 인식하고 멈추는 연습을 했어요.
회피형 아내의 변화
예전 : (침묵) "..."
이제 : (작은 말하기) "나 지금 말하기 어려워. 30분만 시간 줘."
아내가 침묵 대신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서로를 이해하기
남편 : "당신이 침묵하는 건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거구나."
아내 : "당신이 화내는 건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감정 표현 방식이구나."
6개월 후, 그 부부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예전엔 아내 침묵이 답답했어요. 이제는 아내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기다려줄 수 있어요."
아내도 미소 짓습니다.
"남편의 폭발이 무서웠어요. 이제는 남편도 노력한다는 걸 알아요. 10초 숨 고르는 모습을 보면 고마워요."
심리치료사 해리엇 러너(Harriet Lerner)는 '서로의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
나와 배우자의 유형을 이해하고 싸우려면, 오늘부터 이렇게 해보세요:
1. 내 유형 파악하기 : 나는 어떤 유형인가요?
폭발형 : 즉시 화내고 금방 풀리나요?
확인형 : 조목조목 따지고 분석하나요?
회피형 : 침묵하고 혼자 삭이나요?
→ 배우자에게 물어보세요 : "내가 화날 때 어떻게 반응하는 것 같아?"
2. 유형별 대처법 연습하기
폭발형이라면
'10초 숨 고르기' : 화가 올라오면 심호흡하며 열까지 세기
'감정 메모' : 바로 말하기보다 종이에 먼저 적기
상대에게 미리 알리기 : "나 지금 화나. 10분만 진정하고 올게“
확인형이라면
감정을 먼저 표현하기 : "왜 그랬어?" 대신 "나는 서운했어"
미래 지향적 표현 : "당신은 항상 이래" 대신 "다음에는 이렇게 해줄래?"
상대 감정 존중하기 : "지금은 힘들다"라고 하면 잠시 멈추기
회피형이라면
작은 말하기 연습 : "나 오늘 좀 속상해"부터 시작하기
시간 알리기 : "지금은 어려워. 30분 후에 얘기할게"
문자나 메모 활용 : 말이 어려우면 글로 쓰기
3. 배우자 유형 이해하기 : 배우자는 어떤 유형인가요?
폭발형 배우자 : 10분만 기다려주면 풀려요. 논리적 반박보다 공감이 필요해요.
확인형 배우자 : "당신 말도 맞아"라고 인정하면 풀려요. 감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세요.
회피형 배우자 : 시간을 주세요. 하지만 언제 얘기할지는 정하세요.
4. 우리만의 대화 약속 만들기
"폭발형 배우자가 감정이 격해지면, 회피형 배우자는 15분 자리를 피하고, 1시간 후 반드시 대화를 재개한다"
→ 구체적인 약속을 함께 만들어보세요.
작은 이해가 큰 변화를 만듭니다. 오늘부터 서로의 유형을 인정해보세요.
♣ 다름을 인정하면 싸움이 달라진다
"왜 당신은 그렇게 화를 내?"
"왜 당신은 맨날 따져?"
"왜 당신은 말이 없어?"
이런 질문은 사실 이렇게 들려요 : "당신은 틀렸어. 내 방식이 옳아."
하지만 누구도 틀리지 않았어요. 그냥 다를 뿐이에요.
폭발형도 괜찮아요
확인형도 괜찮아요
회피형도 괜찮아요
문제는 유형 자체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실제로 대부분의 부부는 서로 다른 유형이에요
폭발형 + 회피형 : 가장 흔한 조합. 한쪽은 폭발하고, 한쪽은 침묵해요.
확인형 + 폭발형 : 한쪽은 따지고, 한쪽은 "그만해!" 하고 폭발해요.
회피형 + 회피형 : 조용하지만 외로워요.
하지만 이 차이가 충돌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오늘부터 배우자를 볼 때
"당신은 왜 그래?" 대신 "당신은 그런 스타일이구나"
"당신이 변해야 해" 대신 "우리 서로 이해하자"
"당신은 틀렸어" 대신 "당신은 나와 달라"
작은 인정이 큰 평화를 만들어요.
"왜 저래?"라는 비난 대신 "아, 저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구나"라고 이해하는 순간, 싸움은 파괴에서 공감으로 달라져요.
서로를 이해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생각해 볼 질문]
나의 '싸움 소통가' 유형은 무엇이며, 어떤 어린 시절 경험이나 성격이 이런 패턴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어린 시절 우리 집은 갈등을 어떻게 다뤘나요? 부모님은 싸울 때 어떤 스타일이었나요? 혹시 그 영향을 받은 건 아닌가요? 내가 폭발형이라면, 감정을 참으면 안 된다고 배웠나요? 확인형이라면,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배웠나요? 회피형이라면, 감정 표현은 위험하다고 배웠나요?
배우자의 싸움 유형과 나의 유형은 서로에게 어떤 오해나 갈등의 반복을 가져왔나요?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려 보세요. "나는 폭발하는데 배우자는 침묵하여 내가 더 화가 났던 순간" 같은 거요.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답답함? 무시당하는 느낌? 두려움? 배우자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까요?
우리 부부가 서로의 싸움 유형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앞으로 더 건강하게 소통하기 위해 '우리만의 대화 약속'은 무엇일까요?
구체적인 약속을 만들어보세요 : "폭발형 배우자가 감정이 격해지면, 10초 숨 고르기를 한다. 회피형 배우자는 15분 후 꼭 대화에 응한다" 같은 거요. 일주일 동안 실천한 후, 다시 평가해보세요 : "이 약속이 도움이 됐어? 조정할 부분은 없을까?"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