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로컬 이야기

제일 가는 명소는 복권집?

by 정우다움

옥천을 가다 – 낯설고도 정겨운 마을에서 만난 진짜 이야기


처음이었다. 태어나 처음 가본 충청북도 옥천.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봤지만 직접 발을 디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옥천’이라는 두 글자는 그동안 내 머릿속 어딘가에 흐릿하게만 존재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마치 오래된 흑백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하고 정겨운 거리, 느리게 흐르는 시간,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을 방송. 현대적 풍경에 익숙한 내겐 모든 것이 낯설고도 새로웠다. 동시에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그렇게 옥천은 나를 반겨주었다.


초고령 사회, 사라지는 마을의 경계선에서


옥천의 인구는 약 4만 8,410명. 그중 약 35.7%가 고령자라고 한다. 평균 연령은 약 53.9세. 수치만 봐도 이 지역이 고령화, 아니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길을 걸으며 마주친 주민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었고, 작은 슈퍼나 식당에서도 연세 지긋한 분들이 상냥하게 맞아주셨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옥천군이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곳에선 매일같이 몇 명이 들어오고 몇 명이 떠나는지, 그 숫자를 세고 있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마치 생존을 위한 전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고, 그런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묘하게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옥천의 자부심, 그리고 문화의 가능성 – 고래실 이야기

옥천에 도착하자마자, 뜻밖의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바로 지역의 문화를 위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빠짐없이 옥천을 소개하는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고래실’의 대표님을 만난 것이다.


그 월간지는 전국 군 단위 지역 중 유일하게 발행되고 있는 잡지로, 현재 100호를 넘겼다고 한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달 한 권씩. 그들의 꾸준함은 지역 언론의 귀감이 되어도 부족함이 없다. 대표님은 강연 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약하다 보니, 매달 직원들 월급날만 다가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 웃으며 하신 말씀이었지만, 그 안에는 적잖은 책임감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래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지역을 기록하고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사라질지 모르는 마을의 오늘을 담고, 그 기록을 통해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도 이런 문화적 자존심과 가능성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살아있는 공간, 변화를 만드는 실험들


옥천에서는 ‘공동체 공간 만들기’와 ‘보드게임 카페’ 같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이 지역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려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단지 외부인의 시선에서 ‘낙후되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곳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에너지와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방 소멸은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옥천에서 그런 단언을 반박하는 수많은 노력을 봤다.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질 수 없다고 버티는 마을 사람들의 의지와 실험들. 그건 그저 버티는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의 희망이었다.


옥천의 명소? 청년괴짜들이 모인 복권집

마지막으로, 옥천을 찾는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스팟이 있다. 바로 ‘로또 명당’으로 알려진 복권집. 나를 포함한 청년괴짜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복권을 샀다. 그냥 재미로? 아니, 진심으로. “이 버스가 인생역전 버스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 우리는 하나둘씩 복권을 들고 가벼운 농담과 함께 희망을 주머니에 넣었다.

돈이 들어온다는 금거북이


어쩌면 옥천이 주는 진짜 복권은 바로 이런 작고 따뜻한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사라져가는 마을이 아닌, 여전히 ‘살아가는’ 마을의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다시 떠올리는 옥천


옥천은 내게 “지역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한 곳이었다. 수치로만 보면 위태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버티고, 웃고, 기록하고, 실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옥천은 오늘도 살아 있다. 그리고 그곳을 다녀온 나 역시, 조금은 더 살아있는 마음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