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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Oct 05. 2022

일상의 작은행복(11)(2022)

[아르바이트편-냅킨의 추억]

아르바이트 편 


- 냅킨의 추억


    20대 때 대학원을 휴학하고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세종문화회관 웨딩홀에서 서빙하는 일이었다.  이전까지 머리쓰는 일에만 매달려오다가, 서비스업이지만 몸을 쓰는 일을 하게 되어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첫 출근, 옷과 머리의 매무새를 깔끔하게 단장하고 처음 한 일은 냅킨을 접는 일이었다. 나도 따라서 냅킨을 접어보는데 자꾸 헷갈려서 결국 실패했다. 그때 불안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내 옆에서 능숙한 솜씨로 냅킨을 접고 있는 나보다 어린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 동생은 내가 왜 그런지 눈치챘고, 내게 다가와 냅킨 접는 법을 차근 차근 알려주었다. 그렇게 동생의 도움으로 나는 겨우 냅킨 한 개를 접고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냅킨을 접는 일에서 시작해서 웨딩홀 내에 손님을 맞을 준비과정이 이어졌다. 접은 냅킨을 깔고 칼, 포크, 수저를 놓았고 컵과 유리잔을 배열했다. 점심시간, 웨딩홀에 손님들이 모두 착석하자 직원을 비롯한 아르바이트생인 나는 음식을 나르는데 전념하기 시작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차례 차례 음식을 손님께 갖다드리고 음료수와 물을 따랐다. 다 먹은 음식 접시를 수거하고 빠르게 다음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그런데 내가 후들거리는 팔로 물을 따르는데, 그런 내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손님께서 내가 물을 쉽게 따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거였다. 또한 무거운 접시를 여러 개 들고 있자 얼른 받아주시며 괜찮다고 애기해주시는 거였다. 나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식은 땀이 났고 그렇게 첫 일을 아무 탈없이 해냈다.


   주말마다 시작한 일이 계속되면서 어느 새 내 팔과 어깨는 파스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 사이 냅킨을 접는 일은 능숙해졌고, 테이블을 준비하는 일로부터 음식을 나르고 치우는 일, 그리고 그릇을 세척하고 청소하는 일까지 익숙해졌다.  마지막 날, 그렇게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한 댓가를 받게 되자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기며 일을 끝마쳤다. 


  휴학 동안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대학원에 복학해 조교로서 행사 업무일을 하는데 회의에 쓸 냅킨과 컵, 꼬마병을 보면서 이전 냅킨 접을 때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를 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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