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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Oct 05. 2022

일상의 작은 행복(12)(2022)

[피아노편]

 피아노편 

 

  초등학생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 바이엘부터 시작해서 체르니 30번 되기 전까지. 그래선지 그때의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학교 친한친구와 함께 경쟁하듯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는데, 1인 1실에 들어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시간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학원 수첩에 한 곡을 몇번 정도 쳤는지 동그라미에 칠하는 거였는데 자신 있거나 좋아하는 곡을 치는 것은 잘했지만, 어렵거나 좋아하지 않는 곡을 칠 때는 그 시간이 따분하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5학년때, 나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친구는 발표대회에서 연주를 했고 나는 근면 성실(?)한 모범 어린이 상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하지만 성실하게 학원을 다녔음을 인정해주었던 상이었던 듯 싶다. 

   그 시절, 우리 집에는 아버지께서 사주신 영창 피아노가 있었는데 가끔 치기는 했지만 연습을 꾸준히 하지 않아 새 것 그대로의 것이 되었다. 나중에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더이상 치지 않았을 때 피아노를 팔고 책장을 사서 많은 책들을 꽂아 놓았다. 그때부터 피아노가 아닌 책읽기를 좋아하게 된 듯 싶다.  


  그러한 어린 시절을 뛰어넘어 30대 후반이 되어 갑자기 피아노가 치고 싶었다 그래서 비싼 피아노대신 전자키보드를 쇼핑몰에서 싸게 구입했다.  악보를 읽는 법의 기초만 기억났고 그래서 치기 시작한 것이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다. 악보에 음계를 적어놓고 서툴지만 다시 쳐보니 곡이 완성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어 피아노 명곡집의 "두 개의 미뉴에트", "뻐꾹 왈츠" 등을 연습했다. 오른손으로 치는 부분은 잘 치지만 왼손으로 치는 부분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피아노를 접하면서 곡을 연주하는 재미를 다시 느꼈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배웠던 예체능 과목이 그떄는 왜 배워야 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음악이나 미술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재미없어 했고, 체육은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힘들게 따라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 예체능 수업이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준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친구들과 함께 음악과 미술을 배우고 운동을 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커갈 수 있고 몸과 마음이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이 좋지 못한 지금, 그 시절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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