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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양이디엠 Dec 18. 2022

평양이디엠의 만화 - 러브레터

H에게


20221219


럭키! 우리 몸에 나누어 새긴 네잎클로버를 생각하며 빛도 들지 않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럭키! 떠올리면 재밌는 사건들이 많은 우리 우정 럭키

럭키!


고달픈 하루가 또 시작이 됩니다. 보고 싶은 H!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잘 버텨내겠군요.

날씨가 너무 추워요 이런 날씨는 역시 망상이 제격인 것 같아요.

요즘 저는 생각할 시간이 정말 많아요. 

천안으로 내려가면 물건들을 찾으러 넓은 창고를 헤집고 다니는 피킹을 하거나, 

가만히 서서 제품을 포장하는 패킹 작업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몸은 움직이고 머릿속은 온통 망상 천지에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망상인 것 같아요. 

떠올리면 괴로운 시간도 금방 흘러가게 하네요. 

요즘 날씨가 추워진 만큼 뜨끈하고 질척거리는 감정들로 몸을 데우는데요. 


우리가 본 영화 ‘본즈 앤 올’이 요즘 제 망상 소재입니다. 

이미 너무 많이 우려내 뼈조차 남지 않은 이 소재 

‘대체재가 없는 그런 마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이런 마음이 무엇인지 항상 궁금해요. 항상 이런 것들을 동경해왔어요.

저는 몰입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사람이나 감정이나 공부든 진로든 모든 면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았어요. 

‘이거 아니면 저거 하면 되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다 보니 

간절하고 올곧은 마음이 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이건 제 방어기제일 수도 있어요.

완벽하게 마음을 쏟아내는 것을 주저하는 거겠죠.


이 말은 지난번 우리 통화 때 했던 말이랑 비슷해요.

제가 느낀 서운함, 혹은 무력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지 않고, 

그만큼 진심에 간절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사이에서도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죠.

아무래도 저는 영영 그럴 거예요. 영영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를 쓰고

모든 감정이 해소가 되면 그제야 이실직고할 거예요.

그렇지만 그 모든 과정을 다 기다려 주세요. 그 과정 동안 완벽하게 들키지 않고

웃겨줄 자신이 있거든요.


이 짧은 편지에 춥다는 말이 몇 번이나 들어간 건지 모르겠네요.

땡과 H는 따뜻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D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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