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양이디엠 Jan 29. 2023

사이버 러브레터 - 생일

나 생일 축하한다.

23.01.29

생일 주간을 보내며

한 주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어요.

상투적인 표현을 싫어 하지만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말 밖에는 덧붙일 수식어가 없습니다.

작년 제 생일 저는 생일을 두고 ‘한 해의 성적표’라는 말을 했었는데요.

주위를 얼마나 챙기고 얼마나 많은 이들과 새 연이 생겼는지 평가받는 지표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 이맘때쯤의 저는 영 좋은 상태가 아니었어요.

행복을 수치화하여 얼마나 많은 만족감을 느끼는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평가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었나 봐요. 그때 저는 정말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보내면서 불안에 떨며 지냈어요. 

하지만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우스운 시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제가 손가락질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그렇게 떨어야만 했던 시간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근 몇 년간 저는 생일 주간을 넘어 생일 달이라는 말을 써왔습니다.

생일이 있는 1월 한 달간 매일매일이 파티와 술 음주 가무로 흥건했어요. 

그렇게 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알게 되었어요. 

그런 찰나의 즐거움은 공허만 남긴다는 것을 영혼의 생채기만 남기는 무의미한 유흥은 이제 멀리합니다. 

불안함을 씻어내려 혹은 알맹이 없는 일상을 감춰 과시하려 하지 않습니다. 

진짜 내가 신나게 놀아재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우울을 잠깐의 현란함으로 씻어내고 싶은 건지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참 달갑습니다. 이런 부분이 제가 늘 바라던 ‘담백한 사람’이 되기 위한 출발점 일까요?

아니면 H가 늘 두려워하던 회색 인간이 되는 과정일까요? 

모쪼록 저는 점점 더 솔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편지를 쓰고 ‘서스페리아’를 보면서 위스키와 우유를 마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D 씀

작가의 이전글 사이버 러브레터 - 잘 지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