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늘한 밤 공기를 한 줌 들여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해는 없지만 밤이 하늘을 뒤덮지 않은 시간, 오후와 밤의 물감이 하늘에서 뒤섞이기 시작하는 찰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새벽. 하늘에 아침놀이 펼쳐지려고 할 때 밤의 흑막이 아침놀을 간신히 덮고 있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 전율. 이 설레는 시간들이 주는 감정의 떨림은 나를 스스로가 틀림없이 멋진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확신으로 가득 채우면서도 동시에 벼랑 끝에 내몰린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느껴지게 한다. 소름끼치는 낮과 밤의 경계는 나를 감정의 양쪽 극단으로 몰아넣어 나의 판단을 의미 없게 만든다. 나는 그 사이에서 바쁘게 방황한다.
지금, 창문 밖에서 흑막과 아침놀은 투쟁한다. 창문을 열었다. 비 온 다음날의 흙 그리고 풀 냄새가 내게 스미고, 곧 매끄러운 바람결이 내 얼굴에 감긴다. 얼굴을 차가운 이불 속에 파묻은 듯. 서늘한 공기가 나의 가슴마저 냉담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 시간이 주는 설레임에 나는 다시 산드러진 미소를 짓는다. 방 바닥을 따라 깔리는 얼음장 같은 공기가 너무 부드러워서, 발이 간지럽다. 나는 그 공기를 쥐어 보기로 한다. 창에서 바람이 들어오자, 나는 서늘한 바람을 한 손 가득 쥐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솜사탕처럼 내 손에서 녹아 흘러내리고 말았다.
어느새 아침놀이 흑막을 무찌르고야 말았다. 흐릿해진 흑막은 슬금슬금 산마루 저편으로 물러난다. 허무했다.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았던, 나의, 낮의, 밤의 시간은 끝났다. 나는 밝게 솟아오른 아침 해를 곧바로 처다보지 못하고, 내 손에서 흘러내린, 바람, 어쩌면 솜사탕일지도 모르는, 내 손이 움켜쥐었던 것의 흔적만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