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슷하게 떨어지는 달빛을 가로막는 편백나무 마룻바닥이 가진 자연적인 능선을 읽는 것. 그 마룻바닥에 드리운 달빛이 사실은 얼룩진 얇은 유리창에 뭉겨졌음을 확인하는 것. 이런 일들을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그러므로 달빛의 근원적인 양태는 차갑고 뾰족함을 상상하는 그이는 분명 예민할 것이다. 예민함이란 물론 극도의 피로함과 다듬어지지 않은 욕구 표출, 그리고 끊임없는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성질이다. 그러나 분명히 예민함이란 진보한 감각과 몇 발짝 앞선 생각, 다정함과 세심함을 결정하는 성질이다. 예민함은 때때로 곧 순수함이다. 우리의 발과 손이 우리 몸뚱이의 하중에, 예상치 못하지만 무지비하게 들이닥치는 열과 추위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그것들을 감각하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 우리에 마음을 도려내는 일이 반복되면,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절개술에 아파하지 않는다.
오늘 따뜻하게 느껴졌던 달빛은 포근하였지만 되려 나는 어색함을 느껴야 했던 것 아닐까? 사라진 나의 예민함을 위해 익숙해진 자극이 겹겹이 퇴적시킨 갑옷들을 들추어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