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배추 수확을 했다. 농업생태원에서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을 들었고, 그 안에 텃밭 경작 과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30평 정도의 땅을 경작해서 이곳에 여러 가지 작물을 심었다. 밭을 갈고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멀칭을 했다. 멀칭이란 잡초 방제를 위해서 비닐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여름, 우리는 배추와 알타리 무 모종을 심고 상추와 시금치, 쑥갓 씨앗을 뿌렸다. 비닐을 덮은 곳에 구멍을 내고 물을 흠뻑 준 후 모종과 씨앗을 심었다. 상추와 쑥갓 그리고 시금치 씨앗은 흩어뿌리기를 했다. 2주 후에 가보니 날이 더워서인지 배추 모종이 녹아 있길래 배추 모종을 사다가 다시 심었다. 배추는 고랭지 채소로 너무 더우면 잘 자라지 못한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배추가 잘 자랄지 걱정되었지만, 예상보다 농사가 잘되었다.
우리 밭은 농약을 뿌리지 않고 친환경 재배를 해서 진딧물이 생각보다 많았다. 중간에 한 번씩 청벌레를 잡아주긴 했는데 그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배추 밑동을 칼로 자르고 진딧물이 많이 있는 잎이나 벌레가 많이 갉아먹은 잎을 떼어냈다. 손수레를 가져다가 떼어낸 배춧잎을 모으니 금방 수레가 가득 찼다. 수확한 배추와 함께 알타리 무도 뽑았는데, 병해를 입은 듯 기형인 무가 많아서 아쉽지만 손수레에 실어 버려야 했다. 손수레에 모아 둔 배춧잎들은 토끼 먹이로 사용한다.
한쪽에 심어둔 쪽파를 뽑은 후, 미리 삽질해둔 시금치를 뽑기 시작했다. ‘시금치는 집에 가져가서 무쳐 먹어야지, 시금치 국도 끓일까’ 수확을 하며 상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밭 한 쪽에 수확한 농작물이 어느새 그득하게 쌓였다. 올해 여름은 덥기도 하고 배추 수확이 괜찮을지 우리 모두 장담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작황이 괜찮아 다행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비닐을 걷어내니 어느새 수확 작업이 끝났다. 시계를 보니 시작한 지 고작 한 시간이다. 사람 손이 무섭다. 이래서 옛날 농사 지을 때 자식을 많이 낳았구나. 우리는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무를 하나씩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배추도 하나씩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활짝 웃으며 수확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밭을 갈고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멀칭을 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수확을 할 때는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에 참여하며 심었던 농작물을 수확했다. 진짜 농사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농사를 지어보니 마트에서 채소값이 비싸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 수고에 비하면 채소가격이 턱없이 비싼 것이 아니였음을 몸소 경험한 까닭이다. 배추 세 포기, 쪽파 한 움큼, 시금치 두 움큼씩 담아 들고 오면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귀농, 귀촌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그래도 이제 나는 도시농업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