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현존으로 관계 맺기>는 무척 얇은 책입니다.
이 책의 뼈대가 되는 프리츠 펄스의 게슈탈트 기도문이 불과 56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문장 하나하나는 거대한 영혼수의 가지에 돋아난 빛나는 잎사귀와 같습니다. 그 세세한 연원과 사상적 흐름을 모두 들여다보려 한다면 이 책 또한 분명 상당한 분량의 서적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하룻밤만 지나도 세상이 변하는 요즘, 서점에는 날마다 그런 두꺼운 책들이 쌓여갑니다. 독자분들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지식과 이론의 나열은, 지적 포만감만을 안겨줄 뿐 정작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순간을 유예시키는 가장 좋은 핑계가 되어줄 지 모릅니다.
본래 가르쳐주기 싫으면 책 만 권을 알려주고, 진짜로 가르쳐 주고 싶으면 한마디로 전합니다. 사실 그거면 다 배운 것입니다. 그 다음은 스스로 끊임없이 반복하며 숙련되는 일뿐입니다. 그렇게 우직하게 숙련의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나머지 이해는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이해는 결과이지, 방법이나 목표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훌륭한 이해를 배운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과 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기에, 누군가의 이해를 빌려 내 삶을 대신 살아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효용성이 높은 수준에서 그치고 필수적인 핵심만을 전하는 것이 독자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예의라 믿습니다.
또 하나, 이 책이 바라지 않는 지점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제시하는 더 나은 나라는 환상입니다. 사실 더 나은 나 같은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 것 따위가 될 수 있는 거라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현존하는 내가, 내일의 나보다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시길 바랍니다.
자고나면 변하는 세상에서 오랫동안 바라봐왔던 지식의 별자리 조차 한 계절이면 쓸모를 다합니다. 땅의 지형이 달라지면 길잡이가 되는 별도 달라집니다. 계절이 바뀌면 별자리의 의미 또한 바뀝니다. 가끔씩 저는 지나간 계절의 낡은 별자리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오래된 하늘의 별을 우러르는 동안, 발밑의 모래는 이미 다른 무늬를 그리며 흘러갑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자에게 지겹도록 단순한 습관 자체일 뿐입니다.
길을 잃고 흔들릴 때마다 고개를 들어 같은 별을 확인하는 습관.
걸음의 속도가 달라져도 나아갈 방향만은 놓치지 않는 습관.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면 속도를 낮추고, 오직 방향 하나만을 남기는 습관.
지금은 좀 더 짧은 주기로 그때 그때의 별들을 보라보는 습관이면 괜찮을 것입니다.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자는 별자리를 바라보며 걸어갑니다.
아무리 걸어도 별에는 도착하지 못하지만 목적지에는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