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

영상 시집

​영상시가의 가사


어느 먼 곳
소식이라
이 한밤에
흩날리나

처마 끝
호롱불
소리 없이
타오르네

​살랑이는
외로움아
밤바람에
스민 가슴

​눈은 하얀
벌판넘어
등불 아래
흘러가네

​내 마음의
하얀 시공
저 가녀린
눈 발자욱

머나 멀리
흘러가네

설야 (Snowy Night)
​Are these tidings from afar, fluttering down this deep night?
By the edge of the eaves, a lamp burns without a sound.
Oh, the whispering solitude, the night wind permeates the heart.
Across the white expanse, the snow drifts beneath the light.
Within the white space of my mind, those frail footprints in the snow drift far and far away.



설야(雪夜)

김광균 / 시인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