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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S Kwon Feb 02. 2024

나는 왜 코인 트레이딩을 하는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내가 코인 트레이딩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매우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굉장히 쉽지 않은가? 떨어지면 사고, 올라가면 판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지금이 가장 싸다고 생각이 들면 사고, 산 가격보다 올라가면 팔면 된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 보통은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올라간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시세가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 봐 겁나서 못 산다. 그리고 시세가 오르면 원래는 팔아야 하는데, 더 올라가겠지 하는 희망에 사게 된다. 사실 올라가는 걸 보고 고민 없이 바로 사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돈을 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은 내가 사면 떨어진다고 할까?

너무 고민이 길어져서다. 올라가니까 사고는 싶은데 혹시 조금 떨어지진 않을까, 그때 사야지 하다가 안 떨어지고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아~ 아까 살걸' 하면서 후회하다가, 더 오르면 '아~ 계속 올라가네 빨리 사야지' 하고 사게 된다.

내가 산 시점이 고점이 되는 건 당연하다. 여지없이 시세는 곤두박질치고, 악! 소리와 함께 심장이 덜컹 내려앉으면서 '뭐야, 설마 더 떨어지기야 하겠어. 이제 올라가겠지' 하고 시세만 쳐다보고 있는데, 자꾸 떨어지기만 한다.

손실은 점점 커지는 것 같고, 조금 오른다 싶으면 '아 다행이다' 하다가 이내 다시 떨어지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계속 떨어지면 '아 더 이상은 안돼' 하고 팔게 된다. 하지만 '휴~ 더 떨어지기 전에 잘 팔았다'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다시 시세는 오른다. 

시세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어 다시 오르는 건가' 하고 지켜보다가 '에이 설마~ 다시 떨어지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시세는 계속 오르고, '아놔~ 이제 반등인 건가?' 하면서 다시 사게 되는데 '헐, 내가 사니까 또 떨어지네' 하고 후회한다.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내 자금은 절반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내 돈을 잃게 된다.


거의 대부분은 올라가면 사고 떨어지면 판다. 그래서 돈을 못 벌고 맨날 잃기만 한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매수하고 (가격이 쌀 때) 
그리고 올라가면 매도하면 되는데 (매수한 가격보다 비쌀 때)
왜 사람들은 쉬운 방법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할까.


원인은 바로 매매 시점에 있다.

손실을 보는 사람의 매매 시점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매일 같이 차트를 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시점에 차트를 보게 된다. 그게 언제냐면 '업비트 거래소' 기준으로 우측 코인 리스트에 빨간 숫자가 번쩍번쩍할 때다. 

그리고 어떤 코인이 수십 퍼센트 올라서 거래량이 폭발할 때다. 호가 창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최근 거래내역에 숫자들이 눈에 들어올 겨를도 없이 아래로 쭉쭉 내려갈 때, 우리는 그 코인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미 모든 사람들이 그 코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다음은 얘기 안 해도 안다. 위에 언급한 상황이 반복된다. 차트는 거침없이 올라가는데 나는 올라가면 사고, 사고 나면 떨어지고, 더 떨어지니 팔고, 팔고 나니 다시 오른다. 

이제는 손해 보는 매매 시점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왜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드는가

나는 주식은 잘 모른다. 

2009년 내 나이 20대 후반에 키움증권을 통해서 주식 트레이딩을 처음 접했는데 어머니 돈 200만 원을 쓰레기 같은 주식을 사는데 써버리고는 다 날려버렸다. 그래서 주식은 그 뒤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2017년에 어쩌다 보니 코인을 접하게 되었고, 주식시장의 안 좋은 기억도 잊은 채 트레이딩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내 실력이라기보다는 시장이 좋았다.

우연찮게 주변에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사업을 준비하시던 지인을 통해 코인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되었다. 보통 "봇"이라고 부르는데, 운용금액과 여러 가지 수치를 입력하고 코인을 선택한 뒤에 실행 버튼을 클릭하면 봇은 자동으로 입력한 수치대로 사고팔았다. 


한 카피에 200만 원을 주고 샀는데, 컴퓨터에 설치를 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컴퓨터가 켜져 있어야 했고, 불편했다. 지인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시작했지만 개발은 외주를 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기능을 하나 추가하려고 하면 전화를 해서 이해시켜야 했으며, 가능하다고 하면 추가 개발비를 지불하고 2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3개월가량 사용하면서 많은 버그를 지적하고 아이디어 또한 제공해 줬다. 그 결과 프로그램은 좋아지는 듯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불편했다. 내 돈 주고 테스터가 된 기분이었다.

그때 나는 차라리 '내가 만들고 말지'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 친구한테 연락했는데 자동매매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과 사업에 대한 제안을 했다. 그 친구는 안 그래도 예전에 주식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며 혼자 할 때는 끝까지 못했는데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2017년 10월에 팀이 만들어졌고, 지엠씨랩스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3개월 만에 첫 번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빗썸이 1등 거래소였는데, 무려 12개(?)의 코인이 상장되어 있었다. 2017년 10월 31일에 업비트가 오픈되긴 했는데 해외 거래소 비트랙스와 호가 창을 연동하여 100여 개가 넘는 코인을 국내에서 거래할 수 있어서 아주 히트를 쳤다. 하지만 업비트는 API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빗썸을 위주로 프로그램은 개발되었다. 

시작은 컴퓨터 설치형이었지만 다행히 처음부터 설계를 할 때 서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개발했다. 그 덕분에 24시간 언제든 쉬지 않고 프로그램은 작동했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접속해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도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니 비싸게 주고 팔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나의 관심사는 애초에 사용자를 모으기보다는 내가 가진 돈으로 프로그램을 돌려서 월급 이상의 수익만 만들 자였다. 


욕심도 있어서 하루에 1%의 수익을 목표로 만들었다.

2018년 1월에 성적은 정말 대박이었다. 무려 한 달 동안 40%의 수익을 냈고, 그 당시 백테스팅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물론 차트도 몰랐고, 지표도 몰랐다) 그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직접 돈을 넣고 돌리면서 결과를 확인했다. 

당시에 돈을 잘 벌고 있을 때라 테스트에 4천만 원씩 넣어두고 테스트를 했다. 수익이 생각보다 잘 났기 때문에 금방 돈을 벌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달의 성적은 -50%. 원금 4천만 원으로 시작해서 5600만 원이 되었다가 28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복리로 수익을 내면 좋은데 손해도 복리로 났다. 처참했다.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구를 해서 세 번째 달에는 수익이 다시 50%가 났다. 완전 신이 났다.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고, 다시 운용자금은 원금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다음 달은 또 50%가 손해가 나서 결국 원금이 반 토막이 되었다

4개월여 동안 도대체 왜 이런 건지 분석을 하기 시작했는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트가 한 달 주기로 파동을 그리고 있었다.

수익이 났던 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상승하고 있었고, 손해가 났던 것 역시 프로그램 탓이 아니라 시장이 하락하고 있던 탓이었다. 얼마나 내가 무식하게 지식도 없이 밀어붙였던 건지 반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차트 공부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식과 관련된 책과 정보가 거의 전부였고, 코인리딩방을 이끄는 리더들 역시 주식쟁이들이었다. 어느 순간 리딩방의 정보가 박살 나는 걸 계속 지켜보면서 주식의 차트와 코인의 차트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비트코인의 차트만 열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이동평균선, MACD, RSI'  같은 지표를 참고하면서 나름의 전략 지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목표가 특이하게도,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에 필요한 '상승장과 하락장을 구분하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보통은 매매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지표를 참고하는데, 나는 큰 개념의 장을 구분하기 위해서 지표를 참고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만들어주고,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보기 때문에 만약 장을 구분할 수 있다면 하락장에서만큼은 프로그램을 돌리지 말고 그냥 쉬자는 의미였었다.


그렇게 해서 지엠씨랩스의 '레오 알파 알고리즘'의 기초가 완성되었다.

과거 차트를 참고해서 한 달 주기의 상승과 하락을 구분하는 지표를 만들어 냈다. 그 지표를 연동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여 돌리기만 하면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개발자 친구는 내가 지표를 연구하는 동안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도 함께 있었지만 개발자 없는 여정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매시점'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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