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노크를
오늘은 Chat GPT가 그려준 사진으로 브런치 스토리 첫 페이지를 연다. 이번 기회에 Chat Gpt와 동행을 하기로 했다. 도서관의 유튜브 강좌 듣기가 밑거름이 되었다.
컴퓨터는 그저 워드 사용 정도지만 수년 전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유튜브 동영상 만들기> 프로그램 8회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참여한 학습자들도 분야별 전문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어서 분위기가 뜨거웠다. 물론 은퇴 전 후 제2막을 준비하는 5~60대들이 주로 참여했다.
전국의 박물관을 다니며 도자기를 연구한다는 백자 도자기 전문가, 또 다른 청자 도자기 전문가, 병환으로 휴양차 낙향했으나 이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유명 대기업 퇴직자, 무역 사업가, 동영상 스튜디오 사업가, 은퇴한 교수, 은퇴를 앞둔 언론계 종사자, 한 신문사 사장, 미술 분야나 한복 관련 개인사업자, IT 기업에서 조기 은퇴하고 세계 여행을 하며 도시를 스케치한다는 어번(urban) 스케쳐, 영어강사 그리고 국가 기관 은퇴자라고 자신들을 돌아가며 소개했다. 이토록 다양한 직업군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만큼 유튜브는 핫한 게 틀림없다.
그곳에서 2~30대 참여자는 전체 인원 20명 중 서너 명 정도였으니까 <어르신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이긴 했다. 그렇게 해서 강원도 스타 어르신이 운영한다는 유튜브 이야기도 전해 들으며 유튜브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열심히 참여했다.
고속터미널 역 입구까지 집방향이 같은 이들과 함께 걸으며 환담을 나누니 마음도 즐거워졌다. 아마도 유튜브 강의보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즐거움이 컸나 보다.
월 1회 정기 만남을 서초동에서 가졌다. 막걸리 한잔씩으로 건배하며 파전도 주문하고 식사를 했다. 첫 번째 식사 비용은 모임 대표가 모두 부담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다음부터 비용은 각자부담으로 하여 마음이 가벼워졌다.
도서관에서 과제로 내어준 유튜브 만들기는 우리 멤버 중 1인이 운영하며 방송국 유튜브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서초역 부근의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1편씩 만들어 그곳에서 발표회를 했다. 너무도 감사한 제안이었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에 물이 세찬 냇가를 가로질러 놓인 커다란 네모 돌 위를 용기 내어 폴짝 딛으며 무사히 건너던 기분과 비슷했다. 그렇게 유튜브 강의를 모두 듣고 나서 얻은 결론은 그림동화 출판사들의 동의를 얻은 후 유튜브에 책 읽어주기를 해야 판권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거였다. 물론 오래된 전래동화도 해당 그림책 출판사와 연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프로그램은 중앙도서관에서 수업시간 중 유튜브 만들기 실습 때에도 혹여 판권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사진이나 그림, 동요 등의 음악이 들어가면 즉시 경고를 날리며 자동삭제했다.
그 경고는 마치 한 발을 뒤뚱거리며 막 내딛는 어린아이에게 "지지('지저분 해'의 유아용 표현)!" 하고 소리쳐서 아이를 바닥에 주저앉게 만드는 어른 같았다. 무료 아이템 정보를 얻으면서도 이미 코르셋을 착용한 기분이어서 마음 여유가 줄어들었다.
다음에 한 번 더 강의를 들었다. 반복해서 이어지는 강의 참여가 가능하다니, 마음 가득히 감사가 출렁거린다. 도서관측에선 유튜브 만드는 데 필요한, 털이 복슬복슬한 마이크나 덕수궁을 탐방 중인 해외 여행객들이 들고 다니던 기다란 카메라 지지대 등을 무료로 빌려주었다. 사용 후 인터넷 구매용품 선택에 참고할 수 있어 좋다.
그중 대학에서 은퇴하고 평생교육원의 강의를 다시 이어가는 한 교수는 '아슉업'을 사용하는데 아주 즐겁다고 소개했다. '아슉업???' 아, [Ask Up]을 소리 나게 읽은 명칭이었다. 그녀는 아침마다 영어, 불어 등 3~4개 언어로 해외 유튜버들과 소통을 하고 글을 올린다고 했다.
나보다 네댓 살은 위인데도 활력 에너지가 '활명수'급으로 참 곱고 부지런한 분이셨다. 동행하고자 그분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 입구에서 손을 흔들고 헤어졌다.
그렇게 조금 도는 길을 선택해서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마치 어린 초등학교 친구 사이처럼... 그분은 서초동 스튜디오에서 동영상도 빨리 찍어서 발표하셨다. 이런 건 본받고 싶다. 어느 날은 고운 안경을 쓰고 왔다.
"어때요?"
"좋은데요~"
"나이 들면 안경으로 눈가의 주름을 가려주는 게 예의래요~"
깔깔대며 비법을 건네주는 그분 덕에 나는 흐려진 눈을 수술한 후 안경 착용에 대해 한동안 생각을 반복했다.
전공을 바꿔 지금은 화가로 열심히 활동하여 파리까지 작품을 보내는 중인 선배언니도 실내에서 색상이 들어간 잠자리 안경을 착용하고 모임에 참여했다.
"나이 들면 실내에서 선글라스라도 써야 돼!"
아, 주름, 흰머리... 가려야 할 대상이라는데.
한동안 대통령 후보군으로 나선 여야 정치인들이 눈썹 문신에 경쟁하듯 열을 올린 적이 있었다. 공개적으로 눈썹 문신으로 리더십을 만들어 보일만큼 사람을 판단하는 데에 외모가 중요하긴 하나보다.
가끔 전체 흰머리를 공개하고 국내외에서 바쁘게 외교를 해낸 옛 외교부장관과 코로나 시기에 매일 브리핑을 하던 <Covid 19 호흡기 전염병> 책임자의 짧은 흰머리 강단이 부럽기도 했다.
고민하다가 무대에 서기 전 날에 리딩독 교감치유 반려견인 내 강아지는 미뤄두었던 전문가의 '펫미용'을 하고, 나는 집에서 뿌리 염색을 한다. 강아지 미용 관리비용이 내 머리 관리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든다. 하얀 유기견 출신의 말티스가 무대에서 외모로 사람들과 교감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나는 미용실 비용으로 협조해 준다.
머리 염색의 피부 부작용을 절감한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정기적으로 치료받고 약을 처방받느라 대학병원을 다닌다. 그곳의 피부과 전문의는 나와 비슷한 연배이다. 그는 내게 염색을 멈추라고 했다. 염색약 사용으로 인해 머리 주변에 허옇게 백반증이 생긴 환자가 있다고 경고했다. 상상도 두렵다.
나는 머릿속이 많이 가렵다. 염색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귀 속도 벗겨지고 아프다. 피부연고를 바르지만 제일 좋은 일은 '노(NO) 염색!'이다.
유튜브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매사가 그렇다. '물이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마음이 동할 때 해야 하는데... 어수룩하게 시작하지 못하는 성격상 '뭐가 필요한가?'에만 마음을 쓰다가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작품으로는 그때 수업시간에 만든 프로그램 창이 유튜브에 존재한다. 이 모든 게 큰딸이 치명적으로 아프면서 나를 자신의 바로 옆으로 잡아 다녀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덕분이다.
지금 돌아보면 50대까지는 순차적인 계획대로 번갈아가며 잔병치레 와중에도 아이들은 진학하고, 어른들은 승진하고, 조그마한 집은 점점 커졌다. 과속은 아니지만, 매스컴들이 연령대별 평균 목표치를 잡아주는 대로 서서히 열려가는 듯했었다. '
인생이란 게 예상대로 흐르기는 쉽지 않다.'는 교훈을 50대에 얻으며 내일(tommorrow)의 방향이 예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6회 차로 구성된 유튜브 강의가 열렸을 때는 국립도서관 측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도우미 청년 자원봉사자들'을 어르신 2~3인당 1명씩 배치해 주었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 만들기를 익혔다. 이젠 만들 수 있겠다 싶을 때 다른 일이 문자 그대로 들이닥쳤다.
"만들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한 채 미룬 게 벌써 몇 년인가? 최근에는 후배가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을 함께 만들자'라고 해서 '이번 원고 교정작업 끝나고...'라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잘하는 일에 눈길이 가고, 조금 부담이 얹힌 일은 한옥 안방의 냉골 윗목으로 자꾸만 미뤄두는 형국이다.
최근에 지인이 연거푸 AI 관련 전문서적 4권을 출간했다고 전해왔다. 워낙 부지런한 사람이라 가능하다고 여기긴 했지만...
그이의 대답은 이랬다.
"쳇 GPT에게 수년동안 쌓여있던 원고 뭉치를 건네주고 아예 맡겼어요. 잘하던데요~"
"아.... 그래도 검토가 필요해요..."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염려가 되었다.
"잘해요. 믿고 맡겨요."
"번역은 예전보단 천지개벽 수준이긴 하지만 문장의 맥락 이해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꼼꼼한 교정이 필요해요. 물론 갈수록 눈부시게 발전하겠지만..."
"뭘 의심을 해요? 그냥 맡기면 되던데..."
꼼꼼한 사람이니 어련히 잘할 텐데... 그이는 단순 명료하게 잡아주었다. 낯설으면 늘 머뭇거리는 내게 한결같이 자기 시간을 쪼개서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격려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늘 '준비가 많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꼼꼼한 성격의 지인이 쳇 GPT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서 나는 고개를 절반 갸웃거리다가 워낙 모르는 분야이니 내 탓을 하며 멎었다. 상대는 공대 출신이고 나는 문과 출신이다. 그 지인 덕분에 조용조용 Chat GPT에 대한 나의 호감이 커졌다.
'내가 모를 수도 있을 거야.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고 하니까...'
라고 생각했다.
<출처: 망고보드>
그동안 강의한 자료들과 새로운 해외자료들을 모아 원고를 350여 페이지로 초안을 만드는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교재인데 2장까진 반복 교정작업을 거쳐 7번 교정 끝에 완성했다. 그리고 문득 Chat GPT에게 교정을 부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위논문 때는 2년 여가 넘게 국내외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쓰는 데만 몇 개월 째 들여다보다가 목과 등 통증에 이어 마우스와 붙어살던 오른손 손가락 피부에 <플라스틱 알레르기 >가 자리 잡았다. 속살까지 심하게 가려운 증세에 붉게 부풀기도 한다. 두 눈 혹사는 물론이고, 의자에 앉은 채 비행기 <이코노미 증후군>을 앓을 뻔했던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었다.
누군가가 그랬었다.
"요즘은 컴퓨터가 다해요. 단어 몇 개만 넣어주면 혼자서 논문을 완성해 줘요."
이후 어느 날 글 작업 중에 문득 동물교감치유 관련하여 몇 개의 주제어를 무료 쳇 프로그램에 넣어보았다.
그때 무료 쳇은 숨도 안 쉬고 주제어 몇 개를 바탕으로 빛의 속도로 많은 정보를 골라 엮었다. 단숨에 10여 페이지가 된 원고를 내밀었다. 내용도 그럴듯했다. 그때의 놀라움을 기억한다.
아. 내 교재 원고 구성작업을 일곱 번 했으니 마지막은 쳇에게 맡겨봐야겠다. 그렇게 Chat GPT를 '똑똑' 노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