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람한 그늘을 내고,
푸르게 침잠하던
그의 잎사귀에 맺힌 간헐적인 비명.
사내는 우두커니 보았다.
뺨에 스친 탄환으로 우지끈 부러지는 가지에서
갓 싹이 난 이파리가 떨어지고,
빌어먹을 사상이 땅을 가르는 횡포를.
유월의 험악한 볕에 일그러지는 숨결과
뒤집힌 동공과
손을 놓친 아이를 찾아 두 발이 부르트도록 헤메 외치는 어머니.
사내는 우두커니 보았다.
양 손 가득 거머쥔 흙이 뜨거운 눈물로 젖어드는 한 낮을,
검붉은 피를 삼키고,
끝끝내
초록에 스며드는.
하루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시 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오늘 배정된 첫번째 시 창작의 주제는 6.25 그리고 나무였다. 어찌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 주제였기에, 나는 시 창작에 앞서 수 분을 고민했다. 폭력과 전쟁, 그리고 나무라는 키워드에서 한강 작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나무의 시선으로, 생명의 관점으로 6.25 전쟁을 바라보았다. 무의미하고, 덧없는. 하여 더더욱 안타까운. 또한, 검붉은 피와 초록(자연)의 상반되는 이미지를 통해, 반전反戰에 관한 작가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6.25 전쟁이란 소재를 듣고, 순간적으로 식상하다고 느낀 내 자신의 무정함에 놀랐다. 한 민족으로서, 심지어 세계 각국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고통스런 시대를 살아가며, 예민하리만치 섬세해야 할 문인이 어떻게 이다지도 무심할 수 있는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 스스로를 돌아보며, 통렬히 반성하는 밤. 포격소리에 잠 못드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