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속도를 뒤 쫒는다
짓밟혀도 살아나던 바닥
그 질긴 근육질의 바닥이 좀처럼 달리지 않는다
다 써버린 하루의 폐활량이 마비된 속도에서 유예된다
어디쯤 왔느냐는 질문에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
반환점이 보이지 않는데 벌써 끝나버린 경기처럼
나 혼자만 결승점이 지워져 있다
너무 빨리 닳아버린 속도에 우리가 쌓은 포기들
달리는 속도에 순응하기 위해 페이스 조절을 한다
나의 호흡이 너에게 피기 위해 달린다
느린 속력으로 달려오는 꽃은 나무의 배번호
나무는 꽃이라는 배번호를 달고 한철을 달린다
엉킨 발자국에서 기록이 사라진다
난 우리의 완주를 믿지 못한다
오버페이스로 가는 속도가 부러진다
현기증과 함께 풀려버린 길
길의 모퉁이를 돌아 나이테의 중앙으로 달려가면 나는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