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미정 Oct 29. 2024

익사한 문장은 서랍으로 태어나

화장대 서랍 열어 봤니? 서랍에서 날아온 갈매기에게 새우깡 대신 분홍 립스틱을 주었어. 곧 분홍 파도 소리가 들려왔지. 더이상 빨갛게 타지 않는 귀를 갖고 싶어 서랍을 휘저어 물고기 하나를 건져 올렸어. 통증처럼 헤엄치는 당신을 꺼내며 생각했지. 익사한 당신의 문장은 서랍으로 태어나 문을 열고 나에게 왔는지도 모른다고     

젖은 질문은 닫혔다가 열렸어

곧 쏟아질 것 같은 답이었지

거센 파도를 비워야 할지, 담아야 할지 고민도 했어

내 안으로 열쇠가 시작되었다가 끝나기도 했지

나는 아직 온전히 담길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걸까?

내가 당신에게 들어가야 할 마지막 문장은 무엇이었을까? 

    

부드러운 로션을 꺼내 바르면 파도의 각질이 사라졌어

열린 바람이 거칠게 불어 질문은 점점 정리되어 갔지


엉킨 파도를 빗던 빗을 집어넣고 화장대 서랍을 닫았어

마치, 난 처음부터 질문 없이 태어난 것처럼               

이전 05화 복숭아 이분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