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응축되어야 밖에서 터진다
몇 년 전 대기업 A사의 신규 서비스 런칭을 담당할 때의 일이다. 신규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미션 앞에서 보통은 시장 조사, 페르소나 설정, 마케팅 퍼널 설계에 전력을 다 해 몰두한다. 하지만 당시 내가 최우선 순위로 설정한 전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내부 시장성 검증(Internal Validation)’과 ‘심리적 오너십 확보’였다. 조직 내부는 고객이 머무는 시장의 축소판이다. 내부 구성원의 지지를 얻지 못한 사업은 외부 시장의 파고를 견딜 맷집을 갖출 수 없다.
규모를 불문하고 신규 사업 런칭 시 으레 대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확보한다. 물량 공세를 통한 반복 노출이 인지도를 높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최적화 또한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내부 구성원을 설득하지 못한 채 쏟아붓는 마케팅 비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특히 중견기업 이상의 조직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내부의 냉소’다. “이게 정말 되겠어?”라는 내부의 의구심은 고객 응대 품질을 저하시키고, 열의 있는 담당자들의 동력을 갉아먹으면서 보이지 않는 비용(Invisible Cost)으로 치닫는다. 그 소진되는 구조 속에서 있어 본 실무자라면, 계속해서 나빠짐에 해결책을 알 리 없어 답답했던 관리자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반대로 탄탄한 내부 지지층이 형성되어 있다면 이는 예산을 투여하지 않고도 강력한 홍보대사를 기용하는 것과 같다. 이들은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를 기계적으로 읊는 모델이 아니다.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전파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신뢰 자산’이 된다.
사내 구성원들이 신규 사업에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단순히 조직 친화적인 차원의 착하기만 한 배려가 아니다. 이는 철저히 경제적 효율에 근거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실제로 내가 리딩한 프로젝트에서 내부 공감대를 구축했을 때의 파급력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광고 효율 측면에서 수천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레버리지 효과 덕분이다.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fficiency)의 레버리지: 담당 부서 소수의 인력으로는 물리적 도달 범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직 내재화(Internalization)가 실현되면 전 직원의 입을 통해 단시간에 압도적인 확장성을 확보한다. 마치 수만 명의 QA 담당자가 오탈자를 찾아내듯, 전 직원이 서비스의 디테일을 함께 완성해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교차 기능적 시너지(Cross-functional Synergy): 아무리 뛰어난 기획자라도 자기 직무의 시야에 갇히기 쉽다. 그러나 각 부서 접점의 직원들이 신사업을 자기 업무에 응용하기 시작하면, 기획자가 미처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활용안(Case Study)들이 쏟아진다. 이는 사업의 자생적 확장을 가능케 하는 자양분이 된다.
신뢰 자본 기반의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효과 : 유료 광고 모델이 전하는 메시지와, 내 옆의 동료가 "우리 회사 이번 서비스 진짜 괜찮더라"고 말하는 메시지 중 무엇이 더 강력한 각인을 남기겠는가. 사업의 의도와 효과에 공감하는 영업사원과 그렇지 못한 사원의 '말의 파장'은 절대 똑같을 수 없다. 전자의 경우 그들이 고객에게 건네는 팜플렛 한 장에도 기업이 구매할 수 없는 ‘신뢰 자본’이 담겨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실무 현장에서 인터널 브랜딩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다음 글에서는 앞서 언급한 A사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전 구성원의 심리적 오너십을 이끌어내며 사업의 생존력을 높였던, 구성원들이 마케터처럼, 기획자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실제 전략과 프로세스에 대한 기록이다.
이안(Ian) | 조직 진단 및 신규 사업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조직 내부의 동력을 비즈니스 성공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설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