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상한 기분을 존중하는 것
내가 정말 잘못된 행동을 했거나 몹쓸 짓을 해서 사과하는게 아니다. 내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데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내 행동이 미치는 영향과 상대방의 기분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사과다. 결국, 상대의 상한 기분을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사과하는 이유다.
내 기분이 상했는데 누군가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말이나 행동을 보이면 기분이 훨씬 안 좋아진다. 기분이 상했을 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 기분을 나쁘게 한 것에 대한 해결일까? 약간 헷갈리긴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닌 것 같다. 내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이 사라지면 나쁜 기분에 대한 원천이 사라지는 것이니까 나쁜 기분도 사라지긴 한다. 하지만, 그게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상한 마음을 구겨진 종이에 비유하곤 한다. 한번 구겨진 종이는 피려고 할 수 있지만 구겨지기 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 그것처럼 한번 기분이 상한 상대는 그 기분 나쁘게 한 부분이 고쳐진다고 해도 마음의 거리가 예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기분이 상했을 때 원하는 것은 내 기분에 대한 존중이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내 기분이 상한 것에 대한 해결도 마찬가지다. 누가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어서 그랬겠는가? 그렇지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고,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에 고치라고 하는 것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고치려고 해도 안 될 수 있다. 기분이 상한 사람도 그걸 왜 모르겠는가?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상대의 기분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요령은 잘 모르겠다. 더 공부하고 알아봐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나와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하지 말고 내 것처럼 소중하게 다듬고 다독여주면 괜찮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구겨진 종이가 완전히 펴지는 방법은 위에 새롭게 덧칠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기분이 상했을 때 그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좋은 감정을 더욱 많이 쌓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기분이 상해도 괜찮게 넘어갈 수 있다. 과거에 싫어했던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좋은 감정을 쌓다보면 과거에 받았던 상처는 완전히 덮어진다. 내가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런 방향으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내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을 뿐, 틀린 행동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잘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줄 몰랐다거나 어떠한 이유로든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자신만의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몰랐으니까, 실수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사과할 때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팩트는 내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것뿐이다. 그것을 인정해주면 된다.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기분을 나쁘게 한 사람 앞에서 위축된다. 기분이 나빠진 사람은 위축된 사람을 보면 더 화가 난다. 반대로 위축되지 않고자 완전 당당한 모습으로 있으려 하면 상대의 기분을 무시하게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은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평소에 필요하다. 내가 특별히 못난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상대가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너무나 지극히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정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기분 나쁘게 한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의 기분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