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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Aug 31. 2022

부모가 날마다 행복해지는 비법

[책 이야기 20]#바깥은 여름 #김애란 #소설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김애란의 소설 [바깥은 여름]에는 여러 개의 단편 소설이 들어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읽는 내내 몰입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처음에 나오는 <입동>을 읽고 부모님들과 나눌 꿀팁이 생각났습니다.


  여기도 영우가 나옵니다. 우영우의 인기에 힘입어 '영우'란 이름만 들어도 왠지 따뜻하고 친근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의 영우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습니다.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오십이 개월, 짧은 생을 살다 간 아이를 보내고 영우 엄마와 아빠는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출이었지만 처음으로 집을 마련해 영우와 이사 왔을 때의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기쁨을 오래 누리지도 못하고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온통 영우의 숨결이 배어있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어린이집과 보험회사에서 나온 보상금과 사망보험금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영우의 목숨 값이라 생각하니 매달 만만치 않은 대출이자가 나가고 생활하기가 힘들어져도 그 돈은 손댈 수가 없는 영우 엄마, 아빠입니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도 않고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웃음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이 책에 나온 영우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자식을 키우는 저에게도 가슴속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읽는 내내 눈물이 맺혔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자식을,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애통함과 비통함으로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떠난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며 만들어갔던 아련하고 애틋하고 가슴속을 몽실몽실하게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은 남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그리움과 살아갈 힘을 줍니다. 영우 엄마, 아빠도 집안 정리를 하다 영우가 남긴 삐뚤삐뚤하고 서툰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영우의 글씨를 보면서 그동안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상실의 아픔을 쏟아내며 서로를 감싸 안아줍니다.

  십여 년 전 토요일 저녁, 저는 아이에게 온갖 화를 내며 엄마를 실망시킨 것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아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울면서 "죄송해요"라고만 하며 고개를 숙였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려서 아이 방문을 세차게 닫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 식구들과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생활부장님이시죠? 선생님 학교 학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졌습니다. 혹시 어느 반인지 확인해보시고 상황 파악해서 알려주세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전화였습니다. 학생이 떨어졌다는 아파트가 저희 학구 아파트였습니다. 학년부장님들께 전화해 어떤 학생인지 혹시 학교폭력이나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는지 사방으로 수소문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그 학생 부모님과 전화 연결이 되어 상황 파악이 되었습니다. 자살 시도를 한 건 아니고 창문을 내다보다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나무에 걸려서 생명에는 이상이 없고 조금 다친 정도였습니다. 교장 교감선생님께 보고 드리고 학년 부장 선생님들께 월요일 아침 안전교육을 당부드리며 그 사건은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건은 제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는 것 같은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는 가슴을 치며 아이를 혼내고 상처 준 것을 후회했습니다.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아이가 살아있는 것 외에 중요한 것이 뭐란 말인가? 아이의 방으로 달려가 아이를 끌어안고 울며 고백했습니다.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아이를 키우며 점점 바라는 것도 많아지고 더 잘 키워서 잘 살아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남들이 보내는 학원에, 공부에 놀 틈도 주지 않고 아이를 혹사시키며 늘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다 너 잘 되라고, 너 위해서 이러는 거지. 엄마 좋자고 이러니?"


  아이의 옷 입는 거, 머리 모양, 친구 사귀는 것까지 하나하나 간섭해야 잘 클 것 같아 아이 맘이 상하든지 말든지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냅니다. 아이는 점점 부모와 멀어지고 입을 닫습니다. 정작 중요하지 않은 일 때문에 가장 중요한 아이와의 관계가 깨집니다. 아이 자신도 미래가 두렵기에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 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정해준 스케줄대로 움직이다 방황하며 현실의 괴로움을 잊게 해 줄 자극적인 것에 빠지기도 합니다.


  뉴스에서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듭니다. 아이를 살게 하려는 것들이 아이를 죽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만족을 위해서는 아닌지, 내 아이가 너무 힘들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고 학교 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10년 후 하루나 오늘 하루나 똑같이 소중한 네 인생이야.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위해 너의 시간과 노력을 쓰지만 그래도 잠깐이라도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즐겁게 보내. 네 인생의 오늘은 한 번 뿐이니까."


  후회하면 이미 상황이 끝난 상태이니 늦습니다. 내 아이와,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바로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세요.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내 소중한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는 항상 행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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