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되고 살이 되는 풀천지재현 독서노트"-82-

'풀천지 된장, 간장, 고추장은 남아 있지만..'

by 추재현

2026년 1월 19일 월요일

"된장 2개, 간장 1개, 고추장 2개 보내주세요."

어머니핸드폰으로 단골고객분과 새손님 연락이 잘 들어오기에 KT신청해 2대의 핸드폰을 쓰게 된 동생.


"죄송하지만 장류는 드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지난달 갑작스럽게 소천하셨습니다.

일이 바빠 몇 년 된장 간장을 못 담아 작년에 담기로

했는데 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남은양이 얼마 안 되어 된장 간장은 저희가

먹어야 될 것 같고요.

고추장은 남은양을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세 남자들로는 농가생활 힘들 텐데..

풀향기님이 돌아가신 풀천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


풀천지 남겨진 세 남자들 앞으로 살아나갈 일이

깜깜한 어둠이다.

빛을 찾아 나아가야 하는데 동생은 그 질문에 어떡해

대답했을까?


나에게 묻는다면 뭐라 말할까?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던 목소리를 뒤로하고

택배차 떠나는 시간 임박하여 서둘러 택배

부치러 스타리아 끌고 나갔다.

(동생은 감자박스 들다가 허리 다쳐 내가

당분간 힘쓰는 일 하게 되었다.)


<봄봄떡집>도 일찍 문 닫을 수 있으니 24년 풀천지

식구들이 소비할 태양초 맡기고 택배 부친 후

방앗간에 다시 들러 고춧가루 보관법을 마저

물어보았다.


"집에 가서 바로 스텐통 2개에 나누어 부어 굳어있는걸

잘 부서 주며 곱게 섞어주어야 해요.

바짝 마른 고추라 물을 좀 섞어서 빻았거든요.

따뜻한 방이나 다용도실 같은데 놓으면 좋지 않아요.

'저온저장고'에 2~3일 보관하셨다가

꺼내서 소포장으로 진공포장 하면 가장 좋고

지퍼백에 보관해 가 '저온저장고'에 보관하시면

새 고춧가루 나올 때까지 잘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아버지 찐친 기진아저씨 여동생분이 아들과 방앗간을

운영하시는데 2년 정도 되어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있다. 어머니 생전에는 친구처럼 지내셔서 우리 집 사정도 잘 아시어 갑작스러운 부고에 안타까워하시며

잘 챙겨주려 하시는 게 감사하다.


'참으로 곱고 선하셨던 어머니미소'를 함께 좋아하셨던

분들을 만날 때면 같이한 추억들을 나누며 "어머니 빈자리가 크겠지만 그런 때일수록 잘 지내야 된다"는

격려와 응원을 받고 헤어진다.


네 사람이서 보내던 하루가 세 사람이 되니

더 분주해졌다.


올해까지는 어머니 손맛이 남겨있는 갖가지 식품으로

팔고 먹고 손님대접도 하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다

만들어가야 한다.


꿈만 꾸면 어머니와 풀천지일상을 함께 보내는데

잠에서 깨어나면 혹독한 현실에 힘이 든다.


하루의 시간은 금방금방 지나가는데

해야 할 일은 숙제처럼 자꾸만 쌓여간다.


그저 그 하루가 최선이 되도록

살아나가는 방법밖에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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