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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Jun 22. 2021

'뜨거운 감자' 보스턴다이내믹스 품은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의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었죠. 그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경영진과 미팅을 갖고, 지난해 12월 본계약 체결 이후의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이 회사에 대한 지배 지분 인수를 최종 완료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21일 오후 늦게 현대차그룹이 공시했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수년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 업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4족 보행 로봇, 즉 로봇개로 잘 알려진 '스팟'과 사람 처럼 걷는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대표 제품입니다. 올해 3월에는 최대 23kg의 짐을 싣고 내리는 물류 로봇 '스트레치'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미 스팟이 보안 분야 등에 상용화됐는데, 스트레치가 그 뒤를 이어 2번째 상용화 제품으로 내년에 출시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로봇 '스팟'


현대차,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 흡수해 승부수 


이 회사는 로봇공학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1992년 메사추세스공대(MIT) 사내 벤처로 출범했습니다. 로봇의 자율보행(자동차의 자율주행과는 조금 다릅니다),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인지와 제어 등 로봇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로봇 관련 신사업을 펼치는 동시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 로봇 회사의 기술력을 자동차 분야에 접목해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그리고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봇 분야의 미래 사업 확충은 물론, 현대차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현대차는 이렇듯 잠재 가치가 큰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로부터 8억 8000만달러(약 1조원)에 인수합니다. 이번 거래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약 11억달러(약 1조2490억원)로 평가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이 80%의 지분을 확보했고, 소프트뱅크의 지분도 20%가 남아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내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가 10%이며, 특히 정의선 회장 개인이 2000억원 가량의 개인 돈을 들여서 지분 20%를 확보했습니다. 정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것이라고 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개인 돈을 털어넣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사실 '뜨거운 감자'...어떻게 구슬을 꿰어 쓸까?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명성과는 달리 로봇 기술의 적용과 상용화가 쉬운 것 만은 아닙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현대차가 이 로봇 회사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가 핵심인 것이죠. 


앞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던 회사는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빅테크 기업들이었습니다. 이 회사를 처음 인수한 곳은 '구글'입니다. 2013년 말에 인수 후 로봇 상용화에 실패해 2년이 조금 지난 2016년 3월에 매물로 내놨습니다. 


이후 관심을 보인 회사는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와 아마존이 인수에 뛰어들었습니다. 상당한 관심과 인수에 진척이 되는 듯 보였지만, 갑자기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등장해 2017년 최종 인수를 했죠. 그리고 4년 만에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매출이 거의 없는 회사입니다. 로봇 기술력에 대한 경쟁력 만으로 30년 가까이 버텨왔다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죠.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오래 가지 않는 배터리와 작동시 들리는 소음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입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큰 득을 보지 못했습니다. 전 주인이던 소프트뱅크의 경우에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 이전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의 철학을 굽히지 않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경영진의 고집불통 의사소통 문제, 그리고 미국 국방부와의 공동 연구로 인한 기술 보안 이슈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구글이나 소프트뱅크와 달리, 방산로봇이나 로봇 제어시스템 계열사가 있는 만큼 스마트 팩토리와 물류 로봇 분야에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위아, 현대 로템, 현대 오트론 등 연관 계열사에서 충분한 활용과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현대차에 인수 발표 이후 올해 3월 출시된 물류 로봇 '스트레치'


또한 이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로봇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데, 현대자동차가 인내심과 자금력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열쇠다"라고 부연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대해 "인류를 위한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제조, 물류, 건설 분야에서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역량을 접목하겠다고 공언했었죠. 로봇 부품 제조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 구축까지 로봇공학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출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글로벌 판매·서비스 및 제품군 확장하겠다고 합니다. 


자,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성공하지 못했던 길을 '전통적인 제조사' 기반의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사실 기대감에 앞서 우려감이 더욱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대차가 다음 단계로의 퀀텀 점프를 하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삼성전자'와 같이 세계 1위 모빌리티 기업 탄생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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