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의 새로운 풍경 중 하나는 경호원들 외에 로봇 경비견(로봇개)이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용산공원이 시범 개방되면서 일반 시민의 접근이 가능해 졌는데, 이 로봇개들은 바로 이곳에 배치돼 대통령실 인근 순찰을 담당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앞뜰의 로봇개는 미국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사의 ‘비전60’ 기종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안보상의 이유로 정확한 기종을 확인할 수는 없다.) 이 로봇개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아내믹스의 ‘스팟’과는 조금 다른 용도로 쓰인다. 스팟이 산업용이나 반려용으로 쓰인다면 비전60은 미군이 무기를 장착해서 군사기지를 지키거나, 멕시코 국경에서 불법이민자들의 월담을 막는 용도로 쓰이는 무시무시한 로봇이다.
비전60의 가격은 대당 2억 원(미화 15만 달러)을 육박한다. 무게는 51kg이며 초속 3m의 속도로 움직이다. 주야간 경비가 가능한데, 1회 충전시 활동시간은 180분 정도로 약 10km가 활동 반경이다. 용산 대통령실의 경우, 공개된 사진으로는 한번에 2대의 로봇개가 활동을 하는데, 3시간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러 대가 번갈아 경비 업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비전60의 활동시간이 3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너무 짧은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현대자동차(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의 경우 활동시간이 90분으로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능을 갖춘 셈이다. 이러한 성능 차이 때문인지 가격 또한 2배 차이가 난다. 스팟의 가격은 대당 1억 원(미화 7만5,000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로봇은 정해진 동작만 기계적으로 수행했던 과거 로봇의 단순 자동화 서비스를 넘어섰다. 용산 로봇경비견처럼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경호원(인간)의 파트너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지능형 협동로봇이다. 인간과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임무 수행이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지능형 로봇 서비스 시장 확산
국가안보나 군용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투로봇으로, 복잡한 회계업무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기계(컴퓨터)가 회계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유통/물류, 공공서비스 분야에서는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지능형 로봇 서비스 시장은 2023년에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관련 사업을 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내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IPO(기업공개)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우 올해 초 CES 2022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스팟과 함께 등장하면서 로봇 서비스 본격화를 발표했다. 현대차의 경우 2023년부터 제조 현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을 투입해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로봇 ‘스트레치’는 몇몇 물류 창고에 도입돼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2023년 IPO를 앞두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인간의 작업을 도와주는 ‘협동로봇’이 핵심 비즈니스다. 이 회사는 CES 2022에서 사과를 수확하거나 드럼 연주를 도와주는 로봇을 시연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오토메티카2022에서 맥주로봇과 누들로봇 등 식음료 분야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우리는 로봇을 기계로 보지 않고 사람의 노동력을 보완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지금의 로봇은 기존 산업로봇과 달리 인간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산업용 로봇이 공장 안에만 있었다면, 용산의 로봇개나 최근 등장하는 로봇 서비스들이 공장이라는 펜스를 넘어 인간과 똑같이 주어진 공간에서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다.
‘로봇=기계’라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로봇과 함께 하는 미래의 생활 모습은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 로봇이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고, 학교나 직장에서 로봇을 통해 학습을 하거나 일을 함께 한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집에 와서 로봇이 따라주는 맥주를 마시고, AI음성비서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 로봇과 함께 합주를 하는 여가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다양한 산업 분야 영역까지 확대되는 로봇의 도입이 불러올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로봇과 함께 하는 여유로운 일상’의 즐거운 상상을 방해한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가장 먼저 대체할 분야인 제조-유통-물류 분야는 기존 업무가 현장 인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기에 일자리 감소가 현재진행형이다.
로봇과 함께 할 일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1000명당 배정되는 로봇이 1대씩 늘어날 때마다 제조업 일자리는 2.9%, 단순반복 일자리는 2.8%만큼 줄어든다. 로봇 도입의 증가로 제조업 등에서의 노동 대체성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만 하는 위험한 존재일까.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노동인구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은 기업의 경영활동 지속을 위한 중요한 대체 노동력이고, 산재 위험이 높은 일터에 투입됨으로써 인간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도 있다. 비용은 절감하고 업무 효율성은 높일 수 있다.
최대 과제는 로봇과 인간 노동력 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일이다. 로봇이 노동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시대에 인간은 그에 걸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당장의 단순 반복 일자리는 감소하겠지만, 로봇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므로 전체 일자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로봇을 활용하면서 손발은 편해질 수 있겠지만, 인간은 더욱 고도화된 직업 교육을 받아야 한다.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로봇이라는 경쟁자에 쫓기게 되고, 로봇을 다루기 위해 그에 맞는 지식 수준이 필요해지는 만큼 업무 능력을 키워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직업훈련의 확대와 재교육, 새로운 교육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로봇 등 미래 산업 관련 직종은 늘어나고 노동시장은 확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간은 로봇으로 인해 더 편리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인간의 스트레스 지수는 어쩌면 더 높아지지 않을까.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면 할수록 인간의 역할은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않다.
우리는 로봇이라는 신기술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한편, 신기술이 기존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디스토피아에도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