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시작

표현이 서투른 나를 위한 감정 정리

by Lucerne

몇 년전부터 다른 사람의 브런치스토리만 구경하다가 나도 언젠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8년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의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 시기라고 하면 내가 암환자가 되었던 2017년이었다. 그 사이에 나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고, 차마 글로는 담아내기 힘든 생각을 끊임없이 떠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을 쓴다고 하면 읽는 사람이 좀 편하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단순하거나 쉬운 단어로 간단하게 쓰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으로는 내 글을 우연찮게 보는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사람에 대한 기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여기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40대 중반으로 가는 이 시기에 내 삶을 돌아보며 감정들을 정리해나가고 싶었다.

사람은 살면서 기쁨, 즐거움, 재미, 슬픔, 억울함, 수치심 등 수없이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내가 감정에 이름을 제대로 붙이기 시작한 건 5년 전 심리상담을 시작하고 나서였다. 나는 스스로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것이 일상이었다. 나의 표현방법은 서툴렀고, 스스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 감정은 피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왜 화가 났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피해자로서의 억울함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완벽하지 않다. 사실 완벽한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있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러도 나는 나를 위해서 감정표현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번거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피하곤 했다. 항상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는 나로서는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많이 두렵고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상대방이 기분 상하지 않고, 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터득하게 된 방법은 말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솔직하게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 약점을 보이는 일이며, 의도와는 다르게 안 좋은 소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입을 닫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내 바람과는 전혀 반대의 모습이라 스스로를 보는 것이 힘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과 반대되는 현실의 내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문제는 내 억울함까지도 표현하지 않게 되면서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고, 그 스트레스가 사람에 대한 분노로 한꺼번에 폭발하거나 병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쓰도록 하겠다.)


누군가는 스스로의 판단과 생각을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는 기대는 내가 늘 바라왔던 인간관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상대방이 나를 오해하게 만들고, 스스로에게도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나는 습관이 되어 굳어버린 무뚝뚝함 뒤에 내 생각을 숨기지 않고,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꼈다고.


적절한 감정표현, 나를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기는

앞으로의 내 인생에 오래도록 안고 갈 커다란 숙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