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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그리고 삶

by 숨고

눈이 세상을 덮는다

그렇게 사르르 녹지 않을 눈발이 날린다

무더위에도 눈발은 쌓여만 간다


우리가 걷던 이 길이

눈에 덮여만 간다


녹지 않은 눈은 없다는데

왜 이 눈은 녹지 않고 번져만 가는가


세월이 흐르긴 흐르는구나

젊은 날을 언젠간 추억할 사진 하나 남겨야지

우리

심(心)

언젠가는 다 두고 떠나갈 것을

알기에

알아가기에


그렇게 녹지 않을 영원의 눈을

바라만 보다가 한 발짝 밟아도 보다가

그렇게 우리는 이 길에서

모든 걸 두고 갈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런 게 삶인가

맞다

그런 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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