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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꽃

조심스러운 위로

by 숨고

소중한 꽃은 함부로 꺾지 않는다.

그저 시들면 시드는 대로 그 모습을 잘 지켜봐 준다. 조금 시들었다고 가지치기를 하거나, 도려내는 것보다 시든 잎은 시든 대로, 아직 피어있는 꽃은 피어있는 대로 서서히 다 같이 시들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더 아름답더라. 사랑도 마찬가지다. 한 부분이 조금 어긋났다고 해서, 한 모양이 내게 맘에 안 드는 점이라고 해서 어찌 그 모습을 싹둑 도려내듯 잘라버리고 내 맘에 드는 모습만 이쁘게 핀 꽃이니 두고 보겠다고 하겠는가. 이기적인 마음의 태도는 상대를 부자연스럽게 한다. 시들어있는 모습, 조금 메마른 모습도 그 모습 그대로 그 자체의 일부이다. 그대로 봐주는 마음이 타인을 편안하게 해 준다.


하지만 간혹 옆의 핀 꽃잎을 보존하기 위해, 더 시들어가거나 균이 퍼지지 않기 위해 넉넉히 그 부분을 도려내야 할 때가 있다. 마치 상한 양파를 도려내 손질하듯, 벌레 먹은 사과의 일부를 넉넉히 도려내듯 괜찮아 보이는 부분까지 여유롭게 도려내야 하더라. 그래야 남은 부분이라도 건강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도려내야 할 때가 분명 있다. 사람의 상처가 그러하다. 상대의 상처를 대할 때는 조금 넉넉히 도려낼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아프겠지만 건강한 부분까지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때로는 그대로 두어주고 때로는 도려낼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그 도움의 방법 중 하나가 '위로'인 것 같다. 상처를 도려낼 때는 조심히 도려낸다. 멀쩡한 부분까지 헤치지 않도록 말이다. 위로도 마찬가지다. 조심스러울수록 좋다. 섣부른 위로보단 조심스러운 위로가 사랑에 가깝다. 적절한 위로의 말은 상처를 잘 도려내도록 돕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 입은 영혼까지도 치유해 주는 사랑은 함부로 잘라내지 않되, 도려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조심히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은 아주 깊은 마음에서야 나올 수 있다. 그런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묵은 상처를 치유한다.




* 사랑시


조심스러운 당신의 위로가 위안이 됩니다 당신의 조심스러운 배려와 조심스러운 말투와 조심스러운 눈빛이 내게는 사랑이네요 사랑. 당신의 그 사려 깊음 말고 어떠한 것이 사랑일까요. 견뎌내자 힘내자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있어. 그 고통이 영원하진 않을 거라고 말하며 내 말을 끝까지 차근히 들어주는 귓가에 대고 사랑한다 말하려다가 참았어요. 그 당신의 오래 들음과 오래 기다리는 마음이 차분히 살뜰히 안아주는 눈빛이 호응의 눈빛과 긍정의 손짓이 고마워요. 그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일지요.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 당신만으로도 충분하네요. 넉넉히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잘 살아 낼게요. 당신도 곁에서 잘 존재해 주세요. 나를 위해, 그리고 당신의 아름다움이 빛을 오래 내도록. 그 시간이 오래이기 위해서.



당신은 내게 그저 조심스러우나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애정을 끝없이 보내주는
그림자랍니다. 그림자를 지켜내도록 빛을 받을게요. 온몸을 다 바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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