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지인분의 오래된 CD카세트에는 돌아가시기 직전 암 말기시절의 팝송 부르는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나에게 비밀스럽게 고인이 되신 남편분의 노래를 들려주셨고, 그 목소리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본인께서 좋아하시던 곡을 폐암이셨던 그분께서 직접 부르시고 반주 치시며 들려주셨다고. 그걸 녹음하고 유언을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다른 사람은 만나지 말라고 남기셨다고. 그 마음 또한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 같지만, 어쩌면 조금은 이해하는 게 우리가 사랑을 할 때 헤어지더라도 다른 이가 옆에 있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숨이 멎을 것 같은 목소리에도 사랑하는 이에게 평생 당신의 존재를 남기고 싶은 마음하나로 한 소절, 한 소절 부르는 목소리를 느낀다. 그 소중한 음성을 나눠 듣는다. 옆에서 맘 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하염없이 닦는 그분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낀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같이 있어만 드린다.
당신이 아픈 게 싫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내가 나으면 낫도록 낫궜을 것이다. 당신이 힘든 게 싫다. 차라리 나 혼자 힘들면 힘든 게 훨씬 나을 것이다. 내 몸이고 내 마음이면 내가 치료하고 추스르면 될 일을, 당신이 아프고 힘들면 나는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데 어찌해야 될 일이란 말인가. 아프지 말자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나는 수없이 많은 밤을 당신 걱정에 지새울지 모르니 말이다. 세상이 모두 당신 편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좋은 기운들이 당신을 감싸주었으면 좋겠다. 내 행복을 미리 다 써서라도 당신을 빛나게 해 준다면 그리 하고 싶을 만큼. 사랑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대신 아파주고 싶고, 대신 힘들어 주고 싶을 만큼의 깊이. 그 깊은 마음, 당신에게 그만큼의 사랑을 드리고 싶다. 그만큼의 깊이를 내어주고 싶다. 그럼 다신 내 마음을 의심하는 일이 없을까. 당신이 나를 그만큼 날 믿고 곁을 내어줄까. 나를 잃으면서까지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의 깊이.딱 그 만큼만 사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