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런 사람

by 숨고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 그와 그런 사랑을 했다. 그런 사람과 나누었던 사랑을 이야기하자면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싶을 만큼 많은 추억과 생각을 공유했던 사이였다. 어린 나날이었지만 우리는 많은 공감대와 감성을 나누었고, 많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공감하기도 의견차이로 멀어지기도 했었다. 머나먼 기억 속에 묻히게 된 그 와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어렴풋한 기억들을 더듬는다. 내가 기우뚱하며 나만의 표정을 지으면 그것을 따라 하며 놀려대는 너와 말버릇처럼 주고받던 우리만의 유행어 같은 단어들. 그 표현들과 추임새들, 우리가 약속이라도 하듯 주고받는 한결같던 통화시간. 우리만의 눈빛과 서로를 아껴주던 모습들 그 모든 게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내게도 이런 사랑이 올 줄 몰랐다며 눈웃음 짓던 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라 달달한 디저트와 약과 따뜻한 핫팩을 바리바리 싸들고 문 앞에 놓아두고 가던 당신의 모습. 아프고 초췌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내 마음까지 배려한 그의 모습에서 전해지던 사랑. 그런 사람이 당신이고, 그런 사랑이 우리라서 너무 좋았다.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마지막말은 미안함과 고마움. 그때는 당신이 얼마나 깊은 사람이었는지. 깊은 마음이었는지 몰라주어서, 미안했고 그런 당신이 내게 준 사랑과 마음이 감사하다며. 나조차 이해 못 하던 나를 이해해 준 당신이 나를 알아준 마음이 당신의 마음이라서 다행이었다. 나를 이해해 주고 알아주려 해준 노력이 고마웠고 그런 사람이, 당신이 내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사랑이 몰아친 자리에 남겨진 자욱들이 당신의 마음 한편이 남긴 조각들이라서 영원히 사무치게 그리워하겠지.


사랑은 사랑일 때 많이 느껴야 한다.
그래야 오래 마음에 자국이 되어 남는다.

사랑 주었던 기억, 받았던 기억 그 모든 게 마지막이 아픔일지라도 그런 나와 우리를 버리고 떠나간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미운 마음이 남더라도, 그 사랑의 과정을 떠올렸을 때 과정이 깊은 자국이 되어 남아있다면 결국 진짜 마지막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사랑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으로부터. 그 모든 게 우리였기에.

keyword
이전 09화행복하자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