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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01. 2023

개똥철학이 좋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5

벽돌시리즈 칠십 오 번째

누구나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가 있다. 여러분들 개개인이 가지고 계시는 철학이나 생각들이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가끔 독서모임을 나가 본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자리가 생기면 본인도 정확하게 이해 못 하는 소위 진짜 철학이라고 말하는 칸트나, 니체, 플라톤 등의 책을 언급하며 철학이라고 떠드는데 정작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앞에 "개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물론 개똥철학이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거나 이기적인 마인드를 그럴듯하게 "자본주의", "능력", "자유"등의 키워드를 이용해서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본인이 이용하고 싶은 구절만 쏙쏙 뽑아내서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가진 삶의 태도를 개똥철학이라고 비판한다. 나도 그런 사람을 보면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자기의 인생궤적과 경험으로 생겨난 어떤 생각과 태도를, 스스로 책 읽고 인스타에 자랑하거나 표지만 찍고 그럴듯하게 올리는 사람들에게 "개똥철학"이라고 헛소리라며 치부되는 것 또한 웃기고 천박하다.

철학이라는 것 자체도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고뇌와 논증을 통해 만드는 과정 중에 다양한 의견들과 별의별 생각들이 함께 버무려져 후손에게 대대로 이어져 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서양 철학사의 거두라고 하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현인들도 아고라에서 의견을 듣고 논쟁하는 그리스 토론문화에서 자라왔고 각자 배우는 학생으로서, 그들의 스승도 엄연히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우리 일상 속에 현대의 소크라테스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사람보고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거나 비웃음 친다면 사실 답이 없을 지경이다. 철학사에 등장하는 모든 철학 위인들이 그렇다. 자기만의 생각을 키워가기 전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거나 시대적 한계든 시대정신이든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우리 모두 어쩌면 스스로에게 위인일 수 있다. 별 시덥잖은 힐링적인 문구가 아니라 각자 자기만의 아집이 분명 존재한다. 아집보다는 신념이 맞겠지만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기에, 그리고 오히려 지켜나가야 하기에 더 와닿을지 몰라서 그냥 오늘은 아집으로 설명하련다. 스스로 삶에 만족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별 문제될 것이 없다면 이미 충분조건인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집이 행복을 위한 열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집이 위험하다는 것을 누누이 깨닫지만 아집도 여러 가지라서 여기서 말하는 아집은 "자기만족"이다.


그래서 누가 뭐라 하든 자기 색깔대로 자기가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자기만족을 이루어 내기 위해선 누군가에게는 헛소리, 누군가에게는 교훈이라 하든 뭐든 자기만의 생각대로 살아가면 문제 될 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첨언하자면, 윤리적으로 혹은 상식선에서 사회와 조화가 될법한 생각을 가지며 살아가야지, 그것도 아닌 채로 백번 양보해서 자기 생각이 진리인 것은 알겠는데 선 넘는 언행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아이들도 안다.


인터넷이나 혹은 세미나, 커뮤니티 현장에서 자기 의견을 방어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 의견을 허무려는 사람들 간의 대화를 들으면 비판이 비난이 되고 욕이 되고 관계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설득을 시키려는 목적이면 이미 물 건너간 것이고 강요라고 하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고 개판 오 분 전이 되고자 한다면 이치에 맞을 상황을 본다. 그래서 자기 의견이 존중받고자 하려는 사람들이 정작 다른 이의 의견은 존중하지 않거나 딴 짓하며 안 들어 문제가 생긴다. 적어도 듣는 척이라고 한다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괜찮은 사람이 정말 충격적이고, 상식에서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가는 생각을 꺼내기도 한다. 맘대로 해야지 뭐 어떡하나,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는 건 당연하니 논쟁이 있고 찬반이 나눠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조율하는 과정에서 보편 철학이 생기는 것 같다. 또 그만큼 철학의 질도 올라간다. 결국 뜬금없는 의견도 본인 철학에 기초하고 부분 중에 하나이기에 그래서 세간의 인식과 달리 철학은 뜬구름 잡는 신변잡기가 아닌 굉장히 현실적인 학문이며 다이소처럼 일상친화적이고 대중적인 학문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길바닥에 있는 잡초를 보며 푸릇푸릇한 색감과 생명에 대한 아름다움을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발로 짓밟고 헛짓거리 하지 말고 빨리 와서 풀이나 베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뭐라 하든 자기가 좋으면 장땡인 것이다. 여하튼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인생관을 키우고 발전하는 것은 삶의 만족감을 이끄는 절대조건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나만의 아집을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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