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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06. 2023

그라운드 제로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81

벽돌시리즈 팔십 일 번째

"그라운드 제로"란 폭심지를 의미한다. 911 테러 때 무너진 무역센터의 장소에 메모리얼 파크가 지어져 사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메모리얼 파크의 또 다른 이름으로 그라운드 제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양한 물을 밑으로 쏟아내며 많은 이들이 흘린 눈물을 상징하고 있는데 우리들 마음속에도 그라운드 제로가 있지 않은 지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면 아픔의 근원, 문제의 원인 등을 다들 제대로 지켜보고 있지 않아 더더욱 상처가 되지 않나해서 글을 써본다.


밖에서는 화려한 옷차림과 환한 미소로 사람들을 마주하며 대화한다. 하지만 우린 그가 막상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 처절했던 아픔이 있었는지 모른다. 찢어질듯한 가슴앓이와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과거 혹은 현재 속에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 상처가 서려있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경우가 많다. 마치 핵폭발이 터질 때 그 엄청난 섬광에 눈이 멀듯이.


모두를 집어삼킬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는 연약한 모습으로 일어설려 하나, 휘감겨 쓸려나가 영영 그 사람을 볼 수가 없거나, 예전의 모습을 그에게서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과거 앞에 무기력하게 보내야 했던 사람들은 그 잔영이 지나가고 난 후에도 후유증은 계속 남아 발목을 붙잡히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내놓고 싶어도 자신의 이미지와 평가 때문에 쉽사리 말할 수 없고,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험담을 한 것을 알게 된다면 상처를 풀려고 했던 표현들이 어느새 비수가 되어 다시 날아온다.


누군가는 그래서 사회와 단절한 채 자연으로 숨어버린다. 자연은 모든 존재의 어머니, 따스한 느낌을 주는 듯 하지만 이 또한 인간의 오만이다. 자연만큼 잔인한 세상은 또 없다. 전염병, 맹수,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는 천재지변등. 폭풍우를 피하려는 자가 찾아온 곳은 절망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동굴뿐이다. 다만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존재의 투성이라 인간혐오를 하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 들어가 휴식하고 힐링하기도 한다.


악을 상대하려다 내가 악마가 되어버린 것처럼, 문제를 추적하다 어느새 나도 그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되어버린 경우를 본다면 더더욱 힘은 빠지고 삶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갈등을 키우면 키웠지 결코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목적은 흐려지고 동력은 상실된다. 이러한 과거, 현재 속에 우리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내 생각으론 결국 아무리 피하고 피해봐야 도돌이표이자 악순환의 결과를 몸소 체험했던 바.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때 당시는 눈이 멀어버려 어찌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지만 한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폭발은 결국 일시적이다. 또 어디선가 폭발할지라도 폐허를 남길지언정 고요함은 다시 찾아온다. 본인 존재가 상실되지 않았다면 다시 일어나더라도 폐허를 넋이 나간채 바라만 보고 있으면 나아지는 건 없다.


결국 다시 시작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고요해진 폭심지를 분명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라볼 용기가 있는 순간,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갈피 없던 흐릿한 먼지들이 내려앉아 형태를 갖춘다. 충격에 휩싸여 일어난 것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과 일어난 것을 싫더라도 꿋꿋이 보고 나서 판단하는 사람과는 차후에 또다시 일어난 폭발에 대해서 다른 결과를 본다 나는 믿는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작 직시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만 해결한다거나 보지 않고 허공에 주먹질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스스로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인가? 더 나아가서 자기의 삶에서 자기를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닥치면 또 넘어질 수밖에 없다. 직면이 가져다주는 힘은 크다. 마주치는 자에게는 기만했던 상황들이 되레 쫄아서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것을 용기라고 한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는 누가 뭐라 해도 용기 있는 사람이다.


창피함이나 자책, 두려움, 불안 속에서 계속 도망만 다니면 신나서 더욱 쫓아와 괴롭힌다. 직면하게 되면 막상 커 보였던 문제는 의외로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호랑이만 한 그림자에 놀라 도망가려다 막상 지켜보니 담벼락에서 고양이가 나오듯이. 핵폭탄을 처음 만들던 과학자들도 세계가 멸망할 것이란 두려움 속에서 의구심을 품었지만, 실제 결과는 끔찍하긴 했으나 결국 세상은 파괴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 속에서도 기만의 그림자로 본인을 흔들어 놓고 있는 상황이나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를 가진 이에게 다가오는 실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거나, 심지어 알고 보니 반대되는 좋은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지레 겁먹고 도망가면 공포심은 더욱 커지지만 그때 당시는 힘들더라도 몽땅 한 번에 지켜보거나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 살펴보려는 용기의 사람은 밑져야 적응과 경험이요, 자랑거리이자 기회가 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각자의 삶에서 일어난 문제들은 대부분 인간 사회에 속해있다. 웬만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나는 희망 해본다. 마치 바위 절벽에서 다이빙하다가 끔찍하게 절명한 무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문제들은 대부분 수영장 안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한번 눈감고 뛰어들어보자.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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