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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07. 2023

다가오는 연말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82

벽돌시리즈 팔십 이 번째

요즘 일이 들이닥친다. 바쁘다. 이제 2023년 한 해도 저물어간다. 기관에서는 연말준비와 업무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글을 쓰는 지금 책상을 보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피난 왔냐?"라는 생각이 든다. 엠비티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모임 진행할 때 누군가가 혹시 P냐고 하길래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노트북 배경화면에 파일하고 폴더들이 막 섞여있다 하길래 약간 신기하긴 했다. 정신없이 뒤져보고 찾아보고, 일이나 업무라고 쓰고 미루기라고 부를만한 활동을 하다가, 또 시간이 나서 띵까띵까 놀고 있으면 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린다. 중간중간 청소하시는 분들은 대단하다.


그제 내린 비가 애매모호한 줄타기를 하던 가을에게 겨울로 가기 위한 확실한 못을 박아 넣은 듯하다. 쌀쌀한 날씨에 이젠 진짜로 내복을 입어야 할거 같다. 한 해가 아직 한 달 하고도 보름정도 더 남아 있는데 각자 월동준비를 어떻게 하시나 궁금하다. 새해에 항상 해오던 버킷리스트와 소망했던 목표들을 이루었는지 말이다. 마음조차 추워지면 안 되기에 스스로 달성한 목표들과 또 시작될 새해목표를 떠올려 본다.


뭐 아직은 11월 초이기에 연말이야기가 생각보다 빠를지 모르지만 예전부터 들었던 생각이긴 한데, 갑자기 한 해 시작해서 체크리스트 세우고 소망을 가진다고 하면 그냥 또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보신각 행사랑 별반 다를 바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또 주어진 1년의 시간 동안 벌써부터 직장이나 다른 활동에서 묻혀버리기 십상이라서 소망목록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 헬스장이 붐비고, 학원 수강생들도 등록 많이 하고 여러 방면으로 움직임들이 보이지만 역시나 별반 다르지 않다(활동 성수기라 예약도 까다롭고 돈도 비싸니 미리 하는게 좋을지도?). 어제 23년도랑 오늘 24년도는 똑같은 시간이다. 그냥 어제고 오늘인데 다들 딱 잘라서 새해가 시작되어 뭔가를 하면 이룰 수 있다 생각한다. 기념이나 행사로 심신을 새로이 하는 차원에서 그런 마음 가짐은 좋을지 모르지만 단언컨대 이루어 지지 않은 새해의 초반 목표들이 창고 구석에 던져 넣은 지 오래기에 이제는 달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해에 이룰 목표가 있다면, 미리 준비하고 가장 최선인 것은 언제나 그렇듯 하루빨리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헬스장을 새해 첫 주에 등록하나 지금 등록하나 달라질 건 전혀 없다. 외국어 배우겠다고 몇십만 원 수업 새해에 긁는다고 지금 카드 긁나 그때 긁나 마찬가지다. 팩트폭력일지는 모르나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지만 존심 상해 차마 그런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는다. 목표는 애초에 치밀하게 계획해야 한다. 더군다나 본인 인생 전반을 거칠 대대적인 큰 목표라면 더더욱.


그래서 나도 이 글을 쓰는 겸 상기시키며 내년 목표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목표들을 연결시키고 어떻게 더 나아갈지 계획 중이다. 동기부여 영상 틀어놓고 그 시간 동안 뭔가 꿈꾸어서 될 일이었다면 우린 모두 워렌 버핏이나 빌게이츠가 되었을 것이다. 꿈을 꾸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면 그냥 안 꾸는 게 편안할지도 모른다. 나도 항상 작심삼일 하고 작심하루하는 입장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발버둥 치는 입장에서 나도 한번 돌이켜본다.


본인만의 목표가 있다면 충분히 망설일 수 있고, 확신도 없고,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불편하고 여하튼 온갖 안 좋은 수식어를 다 가져다 붙여도 말이 되는게 각자의 목표 상태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왜 안 이루어지는지 묻는다면 답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외면하는 것이며 점점 초조해진다. 시간만 지나가고 나이만 먹어가는 느낌에 왜 나는 안되나라는 박탈감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어떻든 결과는 "결과 네가 알아서 하는 거고" 라는 다소 시크한 생각으로 결과한테 맡겨버리고 과정에서 최대한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내 말이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본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목표들이 수두룩하고 왜 그러나 계속 의문이 든다면 어디서 잘못된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시간을 통해 결과는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가만히 있는 우리를 닦달하고 일어나라며 이야기해주는 코치는 아니다. 모래시계같은 제한적인 각자의 시간이 있으며 오늘도 모래알갱이는 떨어지고 있다. 시간은 애초에 귀금속, 전략자원으로도 비교못할 개인의 최고 중요한 핵심 자원임을 잊지말자. 다만 초조해지지는 말자. 일상은 미션임파서블의 시한폭탄 제거하기가 아니다. 막상 하다가 보면 그렇게 험난하게 걸어왔는데 어느 순간 몰입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느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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