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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11. 2023

돌아온 탕아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86

벽돌시리즈 팔십 육번째

요즘 다들 운동하느라 또 바쁘다. 갓생을 살고들 있어 위기감도 몰려온다. 일하면서 매일 퇴근하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멤버가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바프에 그다지 좋은 시선이 있지 않는 나조차 그들의 열정에 바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바프찍는 스튜디오도 돈도 많이 든다 하고 그날 하루를 위해 온갖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식단관리하고 어쩜 매일 나가서 그리 열심히들 하는지 존경스럽다. 


나도 운동을 조금 하기는 했었다. 주에 5일 정도 꾸준히 했던 이번 상반기. 헬스장 PT 끊고 처음 본격적으로 할 무렵 관장님이 지도하시고, 웃으며 "이건 여자분들도 쉽게 하세요"라고 하시는데 나는 못하겠다 하면서 그날 특수부대 부럽지 않은 훈련을 하게 되었다. 팔 굽혀 펴기는 기본이며 자세교정에 버피까지. 다음날 몸져누웠다. 끙끙 앓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쑤심을 견뎌내야 했다.


운동이 요즘 소셜네트워크에서 각광받는 이유가 외모적인 면이 커서 다들 어떻게든 가꿔서 좋은 몸매, 옷빨 잘 받는 몸매로 거듭나기 위해 하는 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사실 건강이다. 육체적 건강은 심폐 지구력이나 근육량 증가등 쉽게 피로한 체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좀 더 상쾌한 하루로 거듭나게 하는 당연히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산 중턱에서 열심히 나무에다 등 두드리며 맨손 운동하는 어르신들 그것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꾸준히 하시는 분들을 보노라면 아마 컴퓨터만 쳐다보고 누워만 지내는 우리 또래들과 승부해 보면 뻔하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데, 오히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정신건강이다. 의사들 혹은 정신보건, 상담심리사 선생님들이 강조하시는 것 중 하나가 활동인데,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심신이원론인지, 일원론인지 철학적 논쟁에서부터 거듭난 뜨거운 화제였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미 답은 끝난 지 오래다. 결론은 심신 일원론적으로 판단한다. 단순히 인간의 의식을 관장하는 뇌가 이미 육체의 일부다.


그래서 심리학계나 의학계 모두, 내담자나 환자의 단기적인 기분전환에서부터 꾸준한 정신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권장에 또 권장을 한다. 가끔 여러 의견 중 미국의 대형 헬스산업 및 뷰티산업으로 인한 마케팅으로 헬스장, 운동기구 업체가 떼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있긴 한데, 그건 그거고 의학적으로도 결국 운동이든 활동이든 건강의 필수 절대적 요소라는 것을 인지해야만 한다.


어쩌면 예전에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사회적으로 이미 마련된 이데올로기나 기준에 매몰되어 개인의 의식을 몰입하게 한다거나 혹은 정신건강을 경시하여 집계가 미진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노동집약적 산업이 20세기 전반적으로 계속되었으므로 아무래도 육체노동이나 농경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신적 건강마저 향상된 게 아닌가 하는 나의 생각이다. 육체적 활동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이 자극되고 분비되어 인간의 감정을 보다 맑게 해 준다고 보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인 물이 썩듯이 움직이지 않는 몸은 감정이 매몰되어 더 침체되는 것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과장해 보자면, 다른 칼럼이나 논문을 보더라도, 혹은 심리치료 서적을 참고해 보더라도 운동이나 활동을 추천하는 것은 다들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인간이 가진 유일한 만병통치약에 그나마 근접한 것이 운동이 아닐까 싶다. 중요성을 다들 알고는 있으나 막상 하기가 귀찮고 이내 드러눕는 게 편한 게 맞다. 그래서 가끔 자조서나 심리학 서적을 보면 현관에서 신발끈이라도 묶고 다시 들어오던지 체육관만 찍고 오자는 마인드로 조금씩 하라는 조언들을 많이 해준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고 연말의 목표들 중 무엇을 이루고 무엇이 미진한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반기 끝 무렵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헬스장을 다시 나가볼까 한다. 운동도 거창한 건 아니다. 산책을 꾸준히 하는 것도 요즘 나의 좌우명인 "그게 어디야?"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반기 가오(?)를 생각하며 다시 건강 차원에서 나가보고자 한다. 원래도 관장님한테 바프고 뭐고 목적은 피로하고 몸이 구부정해서 건강 챙기려고 다닌다고 했으니 본 목적에 부합하게 다시 돌아온 탕아가 될 것이다.


다행히 관장님의 슈퍼 하드코어 피티는 넘기고 다른 코치분들 코스도 잘 마무리해서 이제는 스스로 운동기구를 다룰 줄 안다. 도중에 이마저도 끊겼다면 그 고통에 질려 다시 안 했을 수 있다. 뭐든 본인에게 맞게 충분히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을 운동에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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