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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14. 2023

분노를 표한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89

벽돌시리즈 팔십 구 번째

항상 좋은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다. 선과 악이라 하기엔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들이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려있다. 문득 내가 이렇게 활동함으로써 나중에 지역 내에 나를 괴롭게 하던 인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다. 누군가 이야기하듯 최고의 복수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초창기에는 이런 문장이 와 닿았지만 지금은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세하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짓을 저지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에일리의 "보여줄게"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한 자신의 모습으로 복수하는 이야기도 좋지만, 있는 분노 없는 분노, 냉정함과 냉소, 벌레 보는 듯한 표정을 분명 지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아니 그러고 싶다. 너무 감정적으로 대했는지 그때 당시는 모르겠지만 몇 년간의 아픔을 차라리 몇 분 만에 속사포처럼 내보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이 고통받기를 원한다. 다들 보는 글이라 이런 이야기를 쓰고 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거나 불편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선 그런다. 예전에 나치 독일 시절 침묵을 지켰던 수많은 이들에게 전쟁 후 비판을 했던 사람들은 이미 기울어진 판에 침묵한다는 것은 결국 동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논한다. 그래서 "그래! 최고의 복수로써 너네가 내 성공한 모습을 보고 질투하고 부러워해"라는 것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나의 감정으론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 자비를 베풀라 하는 것은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받을 사람들이 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권리이기에 애초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두 번 죽이는 행위다. 그들을 보게 된다면 나에게는 용서는 없으니 꺼지라고 할 것이다. 안 만날 것이니 꺼지라고. 지금의 글이 분노가 어려있겠지만 나와 분명 비슷한 감정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표현함으로써 짚고 넘어가야겠다 생각한다.


정작 그때 가서는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그냥 불편한 표정만 짓고 그냥 가벼운 대화정도는 할 순 있겠으나 인터넷에서 보이는 학교폭력에 관한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대해, 그리고 예전에 누군가를 용서해 준 행위가 전혀 무가치함을 정치적 혹은 사회적으로 봐서인지 편협한 사고에 갇혀있을지는 모르나 나의 용서권리를 함부로 한 순간에 내려주고 싶지 않다.


가해자들이 문제라고 이제서야 판단했다면 현재라도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라든가 지금까지 진정성 있는 행동을 해왔더라도 용서해 줄까 말까 하는데 단 한 번의 말로 넘어가려 하는 위선적인 모습과 이후 전혀 잘못 없다는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간디가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온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리고 복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잘되는 것도 복수라면 애초에 우리는 영원히 계속 피해만 받고 살아야 할 것이다.


멤버 중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멤버가 있는데 그 역시 용서할 생각이 없다 한다. 당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또 온실 속 화초처럼 조금씩 자라 가며 작은 바람에도 요동치는 나이에 그런 사건을 겪었더라면 충격은 영원하다. 극복하기 정말 힘들다. 그런 쌩고생을 하면서 겨우 극복하려 찰나에 말 한마디로 넘어가려 한다고? 머리끄덩이 잡지 않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솔직한 감정을 적어본다. 가식적으로 혹은 마음이 넓은 척하고 싶지도 않다.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 때론 건강하다 생각하기에 나는 그들에게 분노를 표한다.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더 높이 솟아 마음속 악을 화려히 불태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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