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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16. 2023

때론 태산보다 무거운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92

벽돌 시리즈 구십 이번째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패러디해 보며 우리는 24시간 365일 말을 하며 살아간다. 간혹 내 글의 중심주제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의 중요성을 다들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던가, 언중유골 기타 등등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전혀 없다. 아니 한 명도 없다. 단언컨대! 왜냐? 타인과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할 과업이 새로 생겼다. 들리는 혼잣말로 나를 격려해 보는 것. 물론 스스로 5분간 자기 격려를 매일 실천하고 있으나 표현을 다양화한다면 자극도 다양해져서 뇌리에 깊이 학습한다. 즉 받아들이기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을 나는 인지심리학 때 배웠기에 한번 응용해보려고 한다. 혼잣말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흔히 어르신들이 하시는 표현중 "비 오는 날 머리에 꽃 꽂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잣말의 중요성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내적으로, 암묵적인 혼잣말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소리 내며 말하는 것을 들으며 혼잣말을 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며 있어 합해도 하루도 안될 것이다. 말하는 직업들이 물론 그런 연습을 하겠지만, 본인을 케어하는 차원에서 해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생각보다 내가 나에게 스스로 하는 말을 녹음해 들어보면 의외로 나의 목소리가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마치 제삼자가 관찰하듯 나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이대로 전달되는 것을 느낀다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된다. 목소리 톤이 높은지 낮은지 혹은 템포가 빠른지 느린지까지. 그런 테크닉적인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혼잣말의 중요성은 합리화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자기 합리화가 굉장히 건강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만약 합리화가 없었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만 스스로 자책만 하다 인생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기에 흔히 떠도는 정신승리니 합리화니 핑계니도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굉장히 이롭다.


표지 속 쌍팔년도 왕눈이 안경을 쓴 사람은 도널드 마이켄바움(Donald Meichenbaum)이라는 정신과의사이자 심리학자다. 인지행동수정 CBM(Cognitive Behavior Modification)을 창안한 사람으로서 스트레스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로 잘 알려진 심리치료사이기도 했다. 그가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혼잣말"은 스스로 외현적으로 발하든 내현적으로 발하든 간에 개인의 정신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인지주의 쪽이 관심이 많은 나는 마이켄바움의 혼잣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스스로 하려고 시동을 걸어본다. 이제야. 사실 일기나 기록으로 성찰이나 생각 등을 많이 했는데 음성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해 보여서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말로든 머릿속으로 생각하든 간에 본인이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의 주제는 과연 어떠한가 돌이켜보면 상당히 저울의 추가 기울어져 있다. 부정적으로. 자책 혹은 후회, 요동치는 안 좋은 감정등이 대다수라서 문득 나는 스스로 의식하든 안 하든 비약해서 지옥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어쩌니저쩌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책임지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 범위에서 어쨌든 스스로를 돌볼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생각이나 표현은 좋으나 다만 내가 해본 결과 납득이 안 가면 말짱 도루묵이고 얼마 못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상당히 곤욕스럽다. 현실과 긍정의 차이는 크므로 오히려 불안해지고 약간의 실패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무조건적인 긍정주의도 부정과 똑같다.


모임에 나오시는 군인 한분이 자기는 어떤 것을 배우고자 한다면 "억지로라도 때려 박는 느낌"으로 한다라고 했는데 이 말에 공감이 갔다. 무조건적인 긍정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인정할만한 본인의 노력과 격려를 평가절하하거나 와닿지 않는다면 일부러라도 해야 함을 느낀다. 평생 동안 그런 행위를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낯설어서 꾸준히 해봐야 한다. 사실 내가 쓰는 어떤 글에서든 결국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을 나 스스로 집어넣기 위해 상기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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