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의 교훈

집 떠날 준비의 시작

by 샤미용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햄버거

양념이 매력적인 떡볶이와 닭강정

엄마와 상의해야만 먹을 수 있는 라면

파인애플과 짠 베이컨의 조화로운 하와이안 피자

살사 소스와 화이트소스를 번갈아 찍어먹는 멕시칸푸드

기말고사를 마치고 2~3일 동안 평소에 안 먹었던 것들을 친구들과 신나게 먹었나 보다. 아들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피똥을 쌌다며 "이제 조심하겠다."라고 했다. 중간고사 끝났을 때를 ctrl C, ctrl V 한 것 같다. 예상할 수 있으면서 왜 미련했냐고 나무라고 싶었다. 이미 벌어진 일, 돌이킬 수 없어서 한숨을 죽에 담았다. '그래, 나도 친구들과 사 먹었던 즉석떡볶이가 엄마가 해 주셨던 떡볶이보다 더 맛있었지.'


초등학생 시절에, 아들에게 최고의 포상은 라면이었다. 어쩌다가 2~3회 연속으로 먹으면 변이 좋지 않아서 제한했어도 금방 정상변으로 회복이 되어서 조심스럽게 허용해 왔다. 그런데 시험 뒤풀이로 먹은 것들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혈변의 원인이 된 음식을 단정할 수 없었다. 초등생 때와 다르게 정상변으로 회복하는 속도가 느렸다. 심지어 학교 급식을 먹고도 혈변을 보기도 했다. 식욕이 왕성한 우리집 청소년은, 자극성이 없는 집밥이 지루해질 때마다 자신의 대장을 대상으로 투철한 실험 정신을 발휘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얼굴에 여드름이 올라오는 정도였지만, 어떤 것은 한 번만 먹어도 바로 혈변을 보았다.


질환 여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조금 번거로웠지만 큰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받았다.

감사하게도 직장 말단에 염증 외에는 다른 소견이 없었다.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들은 것뿐만 아니라 아들의 태도가 달라져서 감사했다. 나중에 후회를 해도 일단 맛있으면 먹었던 아이가 자기의 혀를 단호하게 다스리기 시작했다. 급식으로 제공되어도 본인에게 자극이 될 것 같으면 아예 받지 않거나, 더 먹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자기의 몫을 기꺼이 양보했다. 친구들과 외식을 할 때도 메뉴 선택을 신중하게 했다. 한두번 하다 그만두지 않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기를 살피는 연습을 꾸준하게 했다.


이따금 아들은 자극적인 음식이 그리워했고 나도 편하게 간식은 외주를 활용하고 싶었다. 그때 내면에서 조용하고도 선명한 음성이 울리는 것 같았다.

"네게 맡겨진 아이는 매우 소중하단다. 조금만 더 애쓰렴."

유기농과 무항생제 식재료로 이유식을 만들고, 퇴근 후 힘들어도 반찬가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냉장고를 뒤적거렸던 나의 뒷모습도 영상으로 떠올랐다. 아들이 기특한 선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나도 정성 한방울 더하기로 다짐했다. 초가공 식재료와 간식류는 장바구니에 담지 않았다. 자연이 담겨있는 신선한 식재료만으로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들어주었다.


결과적인 해석이지만, 염증을 피하는 식단으로 채우는 경험은 성인이 되기 전에 집을 떠나 살게 된 아들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절제 없이 간식을 먹었다가는 자칫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주말마다 혀가 즐거워하는 음식을 찾기도 했다. 그럼에도 혈변은 2년 전 독특한 염증의 경험일 뿐 이후로 재현된 적은 없다. 절제와 선택하는 연습을 통해 갖춘 본인만의 기준을 잘 지키며 건강을 살피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결단을 하면 실행을 미루지 않는 태도는 타고난 성향일 수 있다. 한편 자라면서 지켜 본 어른의 모습을 통해 학습되었을 수도 있다. 다음 글로 이 아이에게 각인된 엄마의 모습 하나를 공유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