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기억은 부검되지 않는다

by 꿈담은나현

사진관 뒷방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 그 자체였다.

낡은 액자와 흩어진 필름, 구겨진 사진 뭉치들이 바닥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눌러앉은 듯했다.


창문 하나 없는 그 공간은 숨결조차 눅눅했고,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기억의 냄새로 가득했다.

어두운 벽지는 오래 묵은 진술처럼 누렇게 변색했고,

천장의 전등은 간헐적으로 ‘지익.’ 하고 깜빡였다.


이안은 한쪽 구석, 다락처럼 움푹 파인 틈에서 무심코 손을 뻗었다.

바닥은 한 번도 닦이지 않은 서랍 속처럼 거칠었다.

먼지 낀 틈새 속, 손끝에 닿은 것은 단단하고도 얇은 무언가였다.

꺼내 보니, 반쯤 찢긴 사진 조각이었다.


사진의 가장자리는 낡은 책갈피처럼 삐죽하게 찢어져 있었고,

인물의 얼굴은 절반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

각진 턱선, 가느다란 눈매, 말없이 무언가를 응시하는 눈빛이

낯설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익숙했다.


이안은 조각을 응시한 채 그 자리에 멈췄다.

사진이 아니라 거울을 마주한 것처럼, 한 겹 안쪽의 자아가 뒤틀렸다.

마치 사진 속 인물이 시간을 뚫고 그를 응시하는 것처럼,

차갑고 조용한 시선이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차……. 어떤 이름이었지……?”

중얼거림이 공기 중에 스쳤다. 입술을 벗어난 말은,

오래된 서류철 사이에 끼인 먼지처럼 갑작스럽고 의미심장했다.

흐릿하게 번지는 기억. 지워졌고, 남았고,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그 순간, 공기 속에서 묘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소독약. 철. 그리고 피의 온도.

방금까지 생명이 오가던 수술실의 공기처럼.

이안의 콧속이 저릿해졌다. 냄새는 기억보다 먼저 감각을 휘감았다.


이마 위로 얇은 땀이 맺혔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안에서 푸르스름한 형광등 잔상이 떠다녔다.

사진관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 아주 작고 희미한, 그러나 분명한 소리가 났다.

‘또각또각.’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아니, 벽 뒤 어딘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 같았다.

마치 누군가 울음을 삼키다 실패한 것처럼,

감정이 물로 변해 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하루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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