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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Jan 27. 2023

23. 강남 건물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돈 버는 상식

서울 특히 강남을 보면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많은 건물들 중에 내 거는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건물주'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해서 강남의 건물주가 될 수 있었을까?     


필자는 약 6개월간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중개법인에 실제 취업을 하여 빌딩중개일을 해 본 적이 있다.     


변호사가 무슨 중개업이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중개업이 변호사일에 비해 결코 가볍거나, 돈을 적게 버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성격에 따라서는 책상에 앉아 매일 기록과 씨름해야 하는 변호사일 보다는 밖에 나가 시장을 개척하는 중개업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오히려 중개업이 자신을 믿고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운이 따라준다면 매우 좋은 직업이며,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필자가 중개법인에서 빌딩중개일을 하며 가장 처음 한 일은 물건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일단 내가 물건을 확보해야 그 물건을 광고하여 매수인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확보하는 일이란, 물건을 딴다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어디에 어떤 건물이 매물로 나왔고, 그 가격이나 임대차 정보 등 수익률을 알아내는 것이다.     


어떤 건물의 가격이나, 현재 수익률은 그 건물에 대한 비밀정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정보이고, 이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제 소유주와 어떤 식으로든 접촉을 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 실제 건물주가 아닌 그 건물을 관리하거나, 관리회사를 통해 아는 경우도 있으나, 그 정보는 부정확하거나 나중에 실제 매매협상이 이루어질 때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무조건 건물주와 접촉을 하여야 하고, 실제 대면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에 있는 건물의 가격은 보통 백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그런 건물의 소유자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이런 건물주들은 거의 대부분 통상 거래하는 중개사가 있거나, 없다고 하더라도 하도 많은 중개사들로부터 매도나 임차제안 전화를 받다 보니 중개사들의 연락이 오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건물주들에게 연락을 하면서 살짝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내가 봐도 중개업자들이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전화를 건다.     


어찌 되었든 중개사는 건물매매를 중개하여 중개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게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건물 소유자의 전화번호를 딴다.     


어떤 사람은 주차장에 있는 차량 전화번호를 통하기도 하고, 이름 있는 건물의 경우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기도 하고, 더 한 경우에는 등기부를 보고 직접 건물주의 집에 찾아가거나, 우편물을 보내기도 하고, 건물에 붙어있는 현수막을 보고 전화를 걸기도 한다.     


한 번은 압구정동 어떤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팀장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팀장님의 지시에 따라 그 건물의 소유주를 등기부를 통해 알아보았는데, 과거 정계 쪽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었다.



“여보세요”     


“네 00000 협회입니다”     


“안녕하세요 0000 중개법인 김태호 중개사입니다. 압구정 000번지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고 해서요, 혹시 000 씨 만날 수 있을 까요?”


[나도 모르게 000 씨 만날 수 있나요?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 코웃음...... 그런 건 사모님이 관리하시고요. 회장님을 만나시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     


[불가능??]     

“네”     


그 이후 그 000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궁전 수준의 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중개사들의 노력은 건물주들 입장에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어떨 때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건물주들이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이거나, 중개사 같은 사람들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 연세들이 있었고, 월세를 받아 생활에 여유가 있다 보니 시간이 많은 분들이었다.     

어떤 사람이 만나자고 하고 또 자기 건물을 잘 팔아 줄 수 있다고 하면 흔쾌히 만남을 승낙해 주었다. 


많은 건물주들이 자기 건물의 최상층에 사무실을 꾸미고 있었고,    

자기만의 왕국을 일군 왕과 같았다.     


건물주들을 만나게 되면 일단 건물의 가격과 수익률을 물어보았고, 건물에 대한 대화가 대충 끝나고 나면 차 한잔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럴 때 필자는 꼭     


“선생님은 서울에 몇 백억 원대 건물을 가지고 계실 정도로 부자이신 거 같은데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돈을 많이 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럼 대부분 불쾌해하지 않고, 짧게라도 답변을 해주신다.     


“내가 어떤 사업을 했다..”

“돈을 모아 어디 부동산에 투자를 했는데 많이 올랐다..”     


등등  말씀들을 하신다.


각자 돈을 벌게 된 나이나, 시기, 방법은 모두 다르다.

    

공통점은 


“운”     


이었다.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자기가 “운”이 좋았다는 말을 하였다.     


어떤 분은 IMF 전에 자기 아버지가 받지 못했던 채무를 어떻게 해서든 추심을 하게 되어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마침 IMF가 터졌고, 그때 서울 청담동 노른자 땅이 경매로 나왔고, 당시 그 물건을 낙찰받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낙찰을 받으니, 나중에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거나,.     


어떤 분은 과거 공인중개사업을 하였는데, 재개발•재건축 붐이 불면서 그때 나오는 물건들을 중개하여 떼돈을 벌었다거나..     


어떤 분은 사업체를 꾸준히 운영해 오다가, 동대문에 건물을 사게 되었는데, 가격에 크게 올라 처분을 하였다거나..          


등등...     


그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운’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부자가 된 이유도 자기가 똑똑하거나, 투자를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 부자가 된 사실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건물주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런 결론이 허탈할 수도 있지만..


'운'도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리 허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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